국내 전통기업들의 e비즈니스 추진 의지는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과 e비즈니스에 대한 일부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관심과 열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 10곳 중 9곳이 최소 지난해 이상의 e비즈니스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응답을 보여 이를 입증한다. 비단 투자의 외형만이 아니다. 질적으로도 이제는 기업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자신에게 맞는 e비즈니스를 선택, 역량을 집중하면서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벤처와 닷컴 열풍에 편승해 방만한 투자를 했다면 지금은 기업의 핵심역량과 업무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e비즈니스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2002년 주요 기업의 e비즈니스 투자 동향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조사 개요
본지와 한국전산원·KRG 등 3개 주관기관은 지난해 11월부터 한달 반 가량 설문조사와 전화·방문 인터뷰를 병행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가운데 공공, 금융, 제조, 유통·서비스, 정보통신, 기타 등 6개 업종에서 총 210개 기업으로 추려졌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체가 85개사로 가장 많았고, 금융 48개, 유통·서비스 29개, 공공 및 정보통신 각 17개, 건설·기타 14개 순이었다.
응답기업의 매출액 분포는 전체의 92.5%가 1000억원 이상이고 이 가운데 1조원 이상인 기업도 40.5%인 81개에 달했다. 직원수는 1000∼2000명이 53개(25.4%)로 가장 많았고 2000∼5000명도 47개(22.5%)에 이르렀다. 정보기술(IT) 전문인력 보유 현황을 보면 전체의 27.6%인 58개 기업이 20∼5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50∼100명과 10∼20명도 각각 31개(14.8%)였다. 210개 응답기업 중 전체의 46.2%인 97개 기업은 전년도 IT예산으로 50억원 이상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고, 200억원 이상 투입한 곳도 25.1%에 달했다.
◇e비즈니스 투자, 늘린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e비즈니스 투자를 확실히 늘린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기업의 88%가 최소 지난해 이상의 투자를 계획 중이고, 특히 절반이 넘는 120개 기업은 지난해보다 투자 규모를 늘려잡았다고 답했다. 이는 올해 불투명한 경기여건에도 e비즈니스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업의 적극적인 자세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KRG 이소희 연구원은 “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대다수 IT담당자는 상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향후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태도는 미국의 투자심리 위축과 비교할 때도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으로 여겨진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미국 104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2년 IT 투자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곳은 전체의 14%인 147개 기업에 불과했다. 올해는 IT 선진국인 미국조차 극히 보수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올해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투자 계획에 변화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48개(23.3%) 기업이 전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의 26.2%에 달하는 54개 기업은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분야에 e비즈니스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최소 투자만으로 제한하겠다는 응답이 39개(18.9%) 기업, 모든 투자계획을 취소하겠다는 기업이 55개(26.7%), 신규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이라는 응답이 10개(4.9%) 기업으로 각각 나타났다. 외부 여건 변화에 따라 e비즈니스 추진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전체의 절반 정도에 그친 셈이다. 이 같은 반응은 경기의 불확실성이 e비즈니스 투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특히 경기여건에 따른 반응은 매출 규모에서 특징적인 양상을 보였다.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경기와 무관하게 e비즈니스 투자를 유지하겠다는 응답비중이 높았으며, 중견기업은 외부 경기침체에 비교적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매출 5000억∼1조원에 달하는 기업 중 18.9%, 1조원 이상 기업 중 22.8%가 각각 경기위축시 투자를 줄이겠다고 답한 반면 1000억∼5000억원 사이 중견기업들은 37.5%에 달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경기상황이 악화될 경우 e비즈니스 지형도에도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간 ‘정보격차’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공공기관의 e비즈니스 투자계획이 가장 공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조사 대상 17개 공공기관 가운데 절반 가량인 47.1%가 경기침체에 상관없이 계획대로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건설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는 데 힘입어 건설업종 중 12개 응답기업도 투자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거나(35.7%), 생산성 향상에 투자하겠다(35.7%)는 낙관적인 응답이 많았다.
이에 비해 정보통신업종은 전체의 37.5%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IT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투자계획
IT 분야별 투자 비중도 특징적인 양상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핵심 투자 포인트는 ‘소프트웨어(SW)·솔루션’ 분야였다. 전체 210개 기업 가운데 138개 기업이 SW·솔루션 투자에 주력하겠다고 답했고, 34개 기업은 하드웨어(HW) 투자에, 27개 기업은 컨설팅·아웃소싱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분야별 투자금액을 보면 SW·솔루션부문에서 예산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121개 기업으로 57.9%를 차지했으며, HW부문은 52.2%, 컨설팅부문은 32.5%의 기업이 각각 예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SW·솔루션부문에 역점을 둔 투자 비중은 최근 국내 기업들의 e비즈니스가 ‘인프라 구축’에서 ‘업무활용’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종별로도 IT부문별 투자 비중에서 차이가 났다. 건설업종의 경우 응답기업의 78.6%가 SW·솔루션부문에 투자를 집중하는 한편 정보통신업종은 37.5%가 컨설팅·아웃소싱부문에, 금융업종은 20.8%가 HW부문에 각각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비중을 두고 있었다.
매출액 규모에서는 5000억∼1조원에 해당하는 기업의 73%, 1000억∼5000억원 기업의 70.3%, 1조원 이상 기업의 63%가 각각 SW·솔루션부문에 투자 역점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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