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면 어김없이 넘처나는 오락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공들여 만든 다큐멘터리 한편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KBS가 내년 1월 1일 방영하는 ‘자연다큐멘터리-숲’(밤 7시 30분)은 안온한 휴식처이자 변화무쌍한 비밀을 간직한 숲으로의 초대다.
얼핏보면 정지해 있는 듯 고요한 숲은 일년 내내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가 흥미를 끄는 것은 인간의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숲의 변화를 세심하고 끈기있게 관찰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촬영팀은 이를 위해 1년 동안의 숲속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고선명(HD)TV 방식으로 제작돼 자연 그대로의 선명한 숲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른 봄, 얼어붙은 땅을 뚫고 얼레지·복수초·앉은부채 등이 핀다.
그중에서도 얼레지는 화려한 빛깔로 꿀벌을 유인해 꿀을 제공하고, 대신 벌의 도움을 받아 꽃을 수정시키는 식물이다.
‘얼레지와 개미’편에서는 씨를 더 멀리 퍼뜨리려는 얼레지와 꽃씨를 곳곳으로 운반해주는 개미의 공생관계가 신비롭게 펼쳐진다.
여름은 식물들의 적극적인 사랑과 함께 찾아온다. ‘식물들의 수정전략’편은 물봉선· 개다래 등 들에 피는 화려한 꽃들이 어떤 방법으로 수정을 성공시키느냐를 엿본다.
자신의 꽃모양을 교묘하게 만들어 벌이 공짜로 꿀만 먹고 가는 일이 없도록 한 물봉선의 사례 등은 새삼 자연의 오묘한 원칙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 한여름의 어둡고 서늘한 숲은 치열한 생존 경쟁의 현장이다. 참나무 줄기에서 수액을 독점하기 위해 벌어지는 장수말벌과 사슴벌레의 난투전은 생동감이 넘친다. 특수 촬영으로 담아낸 화려한 노랑망태버섯의 일생도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다.
가을의 숲을 영상화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편은 나무·열매·다람쥐·곤충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살고 있는지를 통해 ‘더불어 사는 요령’을 일깨워준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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