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전산업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미국 9·11 동시다발테러 여파로 우리나라의 간판수출품목인 반도체를 포함한 IT산업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과 내수 모두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유지함으로써 위기에 강한 전통산업의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DVD플레이어 등 디지털제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데다 김치냉장고의 내수판매가 급증한 덕분에 매출 및 이익도 전년에 비해 조금 늘면서 가전산업은 ‘캐시카우(수익성창출산업)’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가전업계 최대 이슈는 정보통신 가전의 전반적인 강세 속에 역시 김치냉장고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틈새상품에 불과하던 김치냉장고가 올해는 100만대를 넘어 1조원 이상의 거대시장을 형성하면서 기존 에어컨·냉장고를 제치고 가전업계의 최대 주력품목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또 올해 가전업계의 핵심테마는 단연 ‘디지털’이었다. 특히 지상파 디지털TV 본방송이 시작되고 ‘2002년 월드컵 경기’의 특수가 맞물리면서 디지털TV를 포함한 디지털정보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져 디지털가전시장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기 시작했다. 특히 가전업계는 정부의 특별소비세율 인하조치가 미국 테러 등에 따른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자극해 프로젝션TV·에어컨 등 제품판매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했다. 또 DVD타이틀 확산과 대화면TV의 등장 등으로 홈시어터시스템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가전업계 등은 홈시어터시스템 분야로 눈을 돌려 제품 라인업과 마케팅을 이 분야에 집중한 한해였다.
올해 유통시장에 있어 최대 이슈는 단연 대우전자와 하이마트가 장기미수채권 회수를 놓고 벌인 법정분쟁이다. 기존 유통업체는 약자고, 메이커가 강자라는 인식을 뒤엎은 사건으로 향후 가전유통시장에서 주도권이 메이커에서 유통점으로 실제 이동하는 사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PC유통부문에서 가장 큰 특징이라면 중견업체들의 도약과 유통채널 다변화를 꼽을 수 있다. 전체 PC판매수량은 지난해에 비해 10% 가량 감소한 344만대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소폭 낮아진 반면 현주컴퓨터 등 중견업체들이 월 2만5000∼3만대 가량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2, 3위 업체를 위협했다.
온라인유통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지속적인 시장확대와 여성고객의 급신장을 들 수 있다. 현대홈쇼핑을 비롯, 신규 홈쇼핑업체의 등장과 본격적인 시장참여가 전체 홈쇼핑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며 여성고객의 비중이 높은 인터넷쇼핑몰들이 급성장했다.
수입유통시장에선 지난 99년 7월 수입선다변화 조치가 해제된 이후 한국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일본 가전업체가 나름대로 철저한 시장조사와 점검을 거쳐 시장에 연착륙했다는 평가을 받고 있다.
<정보가전>
◇정보가전=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를 포함한 가전업체들은 연초부터 디지털방송시대 개막을 겨냥해 PDP TV·LCD TV·프로젝션TV 등 디지털TV를 비롯해 DVD플레이어·디지털캠코더·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특히 특별소비세 인하로 기존 가격대가 높던 프로젝션TV·PDP TV가 대중화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하는 한편 에어컨이 고가품이 아닌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또 한류열풍을 등에 업은 마케팅이 활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한국대중문화)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TFT LCD 모니터와 PDP TV 등 고부가 디지털제품을 속속 런칭, 중국 디지털가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또한 초절전기술이 가전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가전업체들은 소비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초절전기술 개발과 이를 채택한 절전형 제품의 상품화에 열을 올렸다.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도입으로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능성 제품도 인기를 끌었다. 김치냉장고·화장품냉장고·반찬냉장고 등이 시중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무려 20여 업체에서 100여종의 김치냉장고가 나왔으며 업체들은 화장품냉장고 등 다양한 기능성 냉장고를 출시하는 데 앞다퉈 나섰다.
복합형 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는 기존 전자레인지에다 빵을 구울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으며 DVD플레이어와 VCR를 결합한 제품도 선보였다. DVD플레이어와 VCR를 하나로 합친 삼성전자의 콤보 DVD플레이어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MP3플레이어=MP3플레이어는 3년전만 해도 40만원을 호가하며 웬만한 전자상가에서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라도 부담없는 가격인 10만원대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대중적인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32MB대에 머물던 플래시메모리 용량이 64MB와 128MB 등 대용량으로 옮겨 갔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또 재생시간의 획기적인 확장, FM 라디오와 음성 및 MP3 직접 인코딩까지 지원되는 고부가기능 등 휴대형 디지털오디오로서 갖춰야 할 모든 요소가 기본 기능으로 정착됐다.
특히 엠피맨닷컴·디지탈웨이·아이리버 등 OEM에 치중해온 중소 MP3플레이어업체들이 해외에 자체 브랜드 사업의 기반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첫해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휴대형 카세트 리코더와 CD플레이어의 강력한 라이벌로 MP3 CD플레이어가 떠올랐다.
◇디지털 세트톱박스=디지털 세트톱박스 산업의 올 최대 이슈는 국내업체간의 과당경쟁이었다. 디지털 세트톱박스 산업이 고성장 테마로 떠오르면서 벤처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어 한 바이어에 한국업체 50∼60여곳에서 제안서를 넣는 사태가 비일비재했다. 덕분에 가격폭락으로 최저 마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자충수를 뒀다.
또 디지털방송기술의 급진전으로 고부가제품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국내업체 대부분은 무료방송만 수신할 수 있는 저가형 제품에 매달려 왔으나 이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로, 특히 유료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는 해킹카드가 나돌면서 시장을 거의 잃어버렸다. 따라서 전세계 유수의 방송사, 특히 가입자수가 많은 위성방송의 방송수신제한시스템을 탑재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소형가전=선풍기·원적외선히터 등 계절상품 생산업체들은 중국산 제품의 무차별적인 가격공세에다 시장 참여업체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이중고를 겪었던 한해였다.
전기다리미 수입이 급증한 것도 눈에 띈다. 올들어 10월말 현재 외국산 전기다리미의 수입량은 총 100만6056대를 기록, 98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이 기간 중 중국산 전기다리미의 수입량은 전체 물량의 40%대인 40만826대를 기록했다.
신체의 일부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뷰티케어·셀프체크가전 등 이른바 몸과 관련된 소형가전제품이 ‘생명가전’이란 타이틀을 달고 틈새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다.
<유통>
◇PC=PC 유통채널의 다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됐다. 세진컴퓨터랜드 파산 이후 이렇다 할 PC 양판점이 없는 상황에서 전자랜드가 PC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데 이어 하이마트도 PC 유통에 나섰다. 조립PC업계는 경기한파에 대한 체감도가 다른 어느 부문보다 높았다. 지난 2분기부터 가속화한 인텔의 펜티엄4 CPU 가격 인하에 힘입어 조립PC시장이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경기위축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부품업계도 완제품 수요 부진의 여파를 그대로 맞았다. 그러나 CPU와 메모리의 경우는 4분기들어 급격한 가격상승세를 보이며 불황의 늪을 탈출했다. 주기판업체들은 올해만큼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 적이 없었다. 펜티엄Ⅲ CPU를 지원하는 815EP칩세트·694X칩세트 주기판 외에도 펜티엄4 CPU를 지원하는 인텔850칩세트·비아P4X266칩세트·SiS645칩세트 등 10종이 넘는 제품이 출시됐다.
◇가전=가전업계는 신유통점의 강력한 바잉파워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전속대리점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뒀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리점망과 서비스망을 한 장소에 집결시켜 고객서비스와 집객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
특히 디지털제품이 대거 출시됨에 따라 디지털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대리점을 대거 늘리면서 고객관계관리기법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는 한편 시스템에어컨·빌트인가전 등에 대한 영업력을 강화했다.
삼성과 LG 측은 또 판매망을 전적으로 신유통에 의존해 오던 대우전자가 하이마트와의 법적분쟁으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자 전속유통점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은 한해였다.
게다가 LG전자는 가스오븐레인지·식기세척기, 삼성전자는 디지털캠코더 등의 제품을 OEM으로 상반기 상호 맞교환하는 등 외산가전업체에 대응하는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수입가전=일본 가전업체들은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AV제품을 앞세워 소비자 인지도를 높였다. JVC코리아는 디지털캠코더 시장점유율 25%를 훨씬 웃돌았다.
디지털카메라분야에선 올림푸스한국의 급성장이 돋보인다. 진입초기 시장점유율 5%에서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 점유율 21%를 넘어섰다. 또 기존 GE·밀레 등 고급 백색가전에 이어 미국 서브제로가 합세하는 등 불황속에서 고급 틈새시장을 노린 업체들의 활동도 두드러졌다.
이에 반해 아이와·히타치·산요 등 마이너업체들은 취급품목을 대폭 줄이는가 하면 일부 업체에선 자체 인원을 감소하는 등의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또 내셔널파나소닉코리아·세이코 등 일본 면도기 생산업체들이 그동안 부과됐던 덤핑방지관세의 종료에 맞춰 하반기에 국내 중저가 남성용 전기면도기 시장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신유통=전자양판점은 대형할인점에 대응하기 위해 매장의 대형화에 주력한 한해였다. 전자양판점은 신규 출점할 경우 300평 규모의 매장을 세운데다 전자랜드는 1000평인 초대형매장도 세웠다. 특히 매장의 대형화와 함께 매장내 놀이시설·홈시어터 등 오락시설도 갖췄다.
TV홈쇼핑의 경우 올해는 지난해 대비 100% 성장한 2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했다. 특히 5사 경쟁체제로 들어가면서 상품 자체에 대한 설명보다는 상품을 사용할 때 느끼는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에 주안점을 뒀다.
인터넷쇼핑몰업계도 올해 7900억원을 형성하면서 여성고객의 비율이 남성을 앞지른 업체가 다수 나타났다. 특히 삼성몰·한솔CS클럽·롯데닷컴·인터파크 등 선두업체의 아성에 LG이숍과 e현대·신세계닷컴 등 백화점과 TV홈쇼핑을 등에 업은 업체들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한 올해 PB상품이나 기획상품을 대량 출시해 매출확대에 짭짤한 재미를 봤다. TV홈쇼핑업체들은 김치냉장고와 정수기 등을, 인터넷쇼핑몰도 PC와 TV 등을 경쟁적으로 PB상품이나 독점 브랜드상품으로 내놔 인기를 끌었다.
<생활전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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