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IT인프라를 갖춘 e재팬을 앞세워 장기 불황을 극복한다.’
IT산업을 통해 ‘잃어버린 10년’을 극복, 21세기 디지털 경제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일본의 정보화 추진전략은 민과 관의 콤비플레이로 이뤄진다.
일본의 IT전략인 e재팬은 일본 최고 권력자인 총리를 책임자로 하는 추진체를 내세워 강력한 정부의 의지를 표명하는 한편, 사기업의 회장을 의장으로 하는 전략회의와의 솔직한 의견교환으로 준비됐다.
5년 이내에 일본을 세계 최첨단 IT국가로 만든다는 국가전략은 ‘고도정보통신 네트워크 사회형성 기본법(이른바 IT기본법)’ 시행에 따라 설립된 정보통신기술(IT) 전략본부와 IT전략회의가 이끈다.
IT전략본부는 당시 모리 요시로 총리에 이어 현재 고이즈미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고 각 성의 대신을 본부원으로 하는 강력한 정책 추진체. 이와 함께 민관의 힘을 결집, 사업을 검토하기 위해 노부유키 이데이 소니 회장이 IT전략회의 의장이 됐다.
민과 관, 모든 분야의 브레인들이 총동원된 가운데 2000년 11월 IT기본전략이 마련됐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실천 계획을 그리는 e재팬 중점 계획이 발표됐다. 전략의 핵심은 고속인터넷과 전자상거래 보급 등 IT인프라 구축을 위해 민간 부문의 자유로운 경쟁과 참여를 부추긴다는 것.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다카시마 후지쓰 전무는 세계 고도정보 네트워크 형성, 인재육성, 전자상거래 추진, 행정·공공분야의 정보화, 고도정보 네트워크의 안전성·신뢰성 확보를 e재팬의 5대 중점 목표로 제시했다.
e재팬이 그리는 2005년 일본은 그야말로 고속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생활과 산업환경에 밀접하게 스며든 사회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24시간 각종 행정서비스가 제공되고 무선으로 어디서든 정보를 받을 수 있으며 전자의료카드로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값싸게 받을 수 있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모든 사람이 지식 정보사회에 익숙해지고 지식과 정보를 재화로 만들어 내는 ‘창조적 경제활동’이 다양하게 일어나는 사회가 e재팬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 5년내에 초당 30∼100MB에 이르는 전송속도가 제공된다. 최소한 3000만가구가 고속통신을 사용할 수 있고 1000만가구가 초고속 통신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IPv6 도입도 강력히 추진된다.
일본은 고속인터넷 보급이 늦어지면서 일반 소비자 대상 전자상거래 시장의 경우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것이 현실. e재팬은 일본의 인터넷 인구 확대가 지연되고 관련 산업의 성장이 늦어지게 된 이유로 높은 통신 비용과 부족한 인프라를 지목했다. 이러한 현상의 주범은 통신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막는 규제라는 것이 e재팬 전략이 내린 진단이다.
이에 따라 e재팬 전략은 민간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구조적인 개혁과 지속적이고 신속한 정책 시행을 담고 있다. 일본전신전화(NTT)의 독점 폐해를 시정해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NTT그룹을 대상으로 한 독점 금지법 지침 확정을 명시했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업자간 불협화음을 해결할 수 있는 조직 설립안을 마련했다. 또한 광케이블 등 기존의 인프라를 공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규칙 도입을 검토중이다.
또한 NTT의 시내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고도 고속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중 고화질 영상도 원활히 보낼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신규 주파수 할당과 관련, 투명성 확보를 위해 주파수 경매제 도입도 검토중이다.
e재팬 전략은 또 올해안에 전자상거래의 기본 골격과 시장 규칙을 정해 누구나 안전하게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새로운 형태의 상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기존 법규와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칙의 교통정리가 준비된다. 또한 소비자를 보호하고 전자문서를 만들 수 있는 기본 법규를 만들 계획이다.
2003년까지 종이문서대신 전자문서 사용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의 전자정부 발전안도 마련됐다. 전자정부는 정부서비스 제공과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 마련이라는 측면 외에도 민간부분의 사업과 정보화를 끌어올리는 선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재팬 전략은 전자정부의 수립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균형적인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 각 부문의 정보격차를 줄이는 점에도 주목한다. 지난해에만 행정·공공분야 정보화에 9269억엔, 공공분야 정보통신 기술 활용분야에 3754억엔이 투입됐다.
한편 정보지식층을 만들어 확고한 인적 배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이 제시됐다. 학교는 물론 대중에 손쉬운 인터넷 접속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IT전문가와 뛰어난 연구원이 양성되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것. 또한 디지털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인재 육성책도 e재팬 전략에 포함되어 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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