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7월 수입선다변화제가 폐지된 이후 지난 연말까지 2년간의 탐색전을 펼쳐온 수입가전업체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지난 한해 교과서 왜곡 문제와 경기침체 등의 난제를 뒤로 한 일본업체들은 올해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며 일본업체에 밀려 주춤했던 미국·유럽업체들도 디지털방송과 월드컵 특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판촉전에 돌입, 두 진영간 한판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한국인의 반일감정이 고조돼 일본 상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탓에 숨죽여 지내야 했던 일본 가전업체들로선 어려운 한해를 넘긴 셈이다. 여기에 일본 업체에는 최근 엔화가치의 급락추세가 또 하나의 한국시장 공략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 정책을 펼쳐 수출증대로 일본 기업의 실적을 개선해 설비투자를 증대시키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소니·JVC·내셔널파나소닉·올림푸스 등에 이어 최근 도시바도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시장에서 조직적인 마케팅과 유통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일본 가전업체들은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첨단제품 체험관을 지난해 잇따라 개장하고 소비자의 약속장소로도 제공, 젊은층의 인기를 얻은 점에 착안해 올해에도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기 위해 체험관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JVC코리아는 지난해 디지털 캠코더의 주요 업체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올해부턴 마이크로 오디오를 중심으로 제품군을 다양하게 갖춰 판매하고 디지털방송시대에 발 맞춰 디지털TV 사업도 적극 펼치기로 했다.
JVC코리아는 또 올해 월드컵 경기를 계기로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정착시키는 것과 중장기적으로 한국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로 올라서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올림푸스한국은 올해 공중파 방송과 신문 매체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디지털카메라와 필름 카메라 시장에서 25%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고화소 제품을 선두로 해 첨단 광학기술의 우위를 확고히 할 계획이며 같은 화소대에서도 줌·촬영모드·디자인 등에서 다양한 고성능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샤프전자는 지난해 줌 마이크를 탑재한 디지털 캠코더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133만화소 메가픽셀 캠코더와 뷰캠 스타일의 디지털 캠코더를 중심으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샤프전자는 또 고부가가치 상품인 50인치 PDP TV와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LCD 기술을 바탕으로 30인치 LCD TV를 출시한다.
소니코리아는 현재 시장에 없는 제품을 공급, 제품전략을 다르게 가져갈 계획이다. 방송장비·퍼스널 오디오·디지털 캠코더 등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국내 시장에 도입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소니는 삼성·LG 등 국내업체와의 협력도 서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수입원을 두고 있는 히타치·아이와·산요 등의 업체들은 지난해 경기부진에 따른 매출하락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말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인원을 줄이는가 하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델로의 집중을 통해 고비를 넘겼다. 이들 업체는 올해부터 내실 있는 마케팅을 전개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들 업체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홈시어터 시장이다. 지난해까지가 홈시어터 시장의 도래기라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홈시어터 시장의 붐이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의 대형업체와 달리 이들 업체는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장점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일본 업체에 맞선 미국·유럽계 수입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경기침체로 인해 고급 백색 분야에서 부진을 겪었던 이들 업체는 올해부터 차별화된 마케팅을 구사하며 국내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일본업체와 달리 미국·유럽업체들은 지난해 교과서 왜곡 문제 등 국민정서에 민감한 문제 없이 준비기간을 보내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GE·월풀 등 업체들은 고급 빌트인 시장과 더불어 국내 가전업체들이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소형가전분야에 대한 집중공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고급빌트인 시장을 공략하는 만큼 기존 가전 업체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해외거주 경험자나 리모델링을 하려는 중상류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미국의 붙박이 냉장고 전문업체인 서브제로가 서울 강남에 전시장을 여는 등 고급 붙박이 시장에 대한 공세를 아끼지 않을 전망이다.
필립스·테팔·브라운 등의 소형가전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TV CF 방영과 함께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국내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필립스전자는 한국시장에서의 디지털 방송 시작으로 디지털 AV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 디지털TV 제품군을 대폭 강화한다. 또 강세를 보이고 있는 면도기·다리미·진공청소기 같은 소형가전은 제품의 모델을 다양화하고 지난해 출시됐던 음파 전동칫솔 등 첨단 제품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로서 기존 마케팅 프로그램에 월드컵 마케팅 프로그램을 접목해 브랜드인지도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한 전략을 구상중이다.
테팔은 기존의 프라이팬 전문업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전기다리미라는 새로운 제품을 앞세워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브라운도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전기면도기와 전동칫솔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외국업체 애프터서비스 구축 경쟁
올해 외국계 메이저 가전업체간 애프터서비스(AS) 구축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한국 시장의 공략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만큼 ‘외국계 가전업체들이 판매망 등 구축에는 적극성을 띠는 반면에 AS품질의 향상을 위해선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을 소비자로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
특히 가뜩이나 고객서비스에 대한 대응 부족으로 소비자가 수입산 제품에 대해 실망한 부분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AS 역량를 강화하는 데 소홀히 할 경우 고객과의 마찰을 빚어 월드컵을 맞아 인지도를 올리는 마케팅 등 다양한 판촉 전략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또 한국시장 공략을 하는 데 있어 AS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향후 시장점유율을 계속 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소니코리아·JVC코리아·샤프전자·필립스코리아 등 외국계 메이저업체들은 국내 가전업체에 비해 AS 비용이 높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서비스 요청시 신속하게 대응하는 등 양질의 AS를 제공함으로써 단 한 명의 불만고객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소니코리아는 AS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용산(AS접수)과 당산(AS수리) 등으로 이원화된 고객만족본부를 하나로 통합, 원스톱 형태의 AS를 전격 실시한 데 이어 40개 서비스센터를 관리·감독하는 새로운 조직을 연내에 두기로 했다.
JVC코리아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불과 1년 3개월이란 짧은 기간에도 25개 고객만족서비스센터를 설립·운영하는 등 서비스망을 확대하는 데 적극 나서기로 했으며 전국 신유통점 매장에도 AS접수센터를 설치, 소비자의 불만접수 절차를 더욱 간편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올림푸스한국도 용산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용 고객만족센터를 오픈하는 등 11개 고객서비스지원센터를 구축, 고객서비스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샤프전자도 기존 서비스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특히 온라인상에서 소비자가 AS의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대폭 정비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가기로 했다.
필립스전자는 AS에 등록된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제품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해피콜’ 제도가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음에 따라 올해는 이 제도를 적극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외국계 가전업체 서비스센터 보유현황(2001년 12월말 현재)>
업체 서비스센터
소니코리아 40개
JVC코리아 25개
샤프전자 35개
올림푸스한국 11개
내셔널파나소닉코리아 24개
필립스전자 42개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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