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1:프론티어십을 살리자>문화가 곧 경쟁력이다

 소비자들이 변하고 있다. 지난 한세기 동안 경제인구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던 젊은 세대들이 경제의 전면으로 순식간에 부상하면서 이들을 무시하고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되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IT분야는 이들 세대의 소비행태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는 젊은 세대에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1인당 GNP 1만달러 시대로 접어들게 되면서 나이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감성적인 측면으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값이 비싸더라도 기능보다는 가치나 이미지 및 재미를 중시하는 소비로 돌아선 것이다. 21세기는 바야흐로 감성의 시대, 문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디자인 경영이 불황탈출과 위기극복의 지름길

 경제환경의 이러한 변화를 맞아 기업경영의 초점도 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투자의 우선순위 결정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원자재값을 아껴서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문화적인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디자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가구나 패션 및 귀금속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숙련된 기능공들의 노하우가 축적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디자인 감각이 곳곳에서 살아 숨쉬며 기품과 여유를 느끼게 한다는 점도 무시 못한다.

 과거에는 같은 모양의 제품을 너나 할 것 없이 사용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집집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와 청소기의 모양은 천편일률이었다. 대량생산 체제에서 디자인의 변화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남들과 똑같은 모양의 제품을 사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졌고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소니의 사례를 보자. PC사용자의 관심이 디자인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경쟁사보다 앞서 파악해 새로운 콘셉트의 노트북PC ‘바이오(VAIO)’를 출시해 성공했다. 80년대 들어 기능만으로는 세계석권이 어렵다고 판단한 오오가 노리노 사장이 ‘소비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자’면서 도입한 디자인경영의 성과다. 소니는 디자인센터라는 별도 외부조직이 상품기획을 주도하고 있어 창의적이고 조직적인 전문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명차의 대명사 다임러벤츠는 ABS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승객의 안전을 위한다는 신념을 현실화시킨 데 이어 시계 브랜드 스와치와 손잡고 작고 고급스런 소형차 ‘스마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제품 생산공장 없이 디자인과 상품개발만으로 세계 최대의 스포츠용품 업체로 커온 나이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임 콘텐츠 산업 발전가능성 높아

 미국의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를 출시해 전세계적으로 600만장 이상을 판매하며 2000억원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45억원 정도로 부가가치만 45배에 달한다.

 국내업체인 엔씨소프트도 ‘리니지’를 개발해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한빛소프트, 넥슨 등 일반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20여 벤처 게임업체들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연간 30% 이상의 고성장을 이룩했다. 게임종합지원센터가 발간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457억달러다. 비록 우리나라는 전체의 1.4% 수준인 약 8535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온라인게임은 세계 최강, PC게임은 아시아 최대, 아케이드 게임은 세계 최고인 일본과 어깨를 맞대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통계치를 다른 각도로 본다면 우리의 문화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추면 엄청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임산업 종사자들도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을 인식하고 게임소재 발굴이나 캐릭터 개발 등 게임개발 초창기부터 전세계인의 정서를 고민한다면 충분히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다.

 

 영화산업 부가가치 무한대

 영화 역시 게임과 함께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50%. 과거 20∼30%에 그친 것에 비해 2배 가량 급성장한 것이다. ‘친구’가 250만명 이상을 불러모은 것을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조폭마누라’ 등 수많은 히트작이 등장해 외국작품을 압도했다.

 이렇게 영화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국산영화에 대한 이미지 변화도 한몫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대형 블록버스터화가 빠르게 진행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충무로로 유입된 자금이 2500억원을 상회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영화는 아직 단순 엔터테인먼트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 산업화에 이르기에는 멀었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호황을 세계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제작 및 예산집행의 투명화와 적정한 수익배분 등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해외시장에 맞는 기획과 연출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영화 ‘친구’의 경우 지난해 일본에만 250만달러를 수출했다는 것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직은 우리의 영화수출이 걸음마 수준에 그치지만 세계 정서에 맞는 영화 개발과 적극적인 마케팅이 이뤄진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기고: 이젠 문화콘텐츠 산업이다(서병문 문화콘텐츠진흥원장)

이제는 문화콘텐츠산업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가고 새로운 임오(壬午)년이 시작됐다. 지난 한해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도 가장 기억에 남을 한해였다. 20여년간 일해왔던 직장을 떠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결심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화콘텐츠가 무엇이길래 삼성그룹의 임원직을 그만두고, 낯선 조직체계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 가려고 하는지 가까운 지인들도 궁금해했다.

아직까지 우리사회 일부에서는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사람들을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흔한 말로 ‘딴따라’라고도 하는데 아직도 이 산업의 중요성을 모르고 그런 말들을 한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선진국들을 보면, 미국은 군수산업에 이은 2대 산업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오는 2005년이 되면 전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할 계획이다.

 제조업을 해외 시장으로 넘겨주고 나서도 세계 제일의 선진국으로 계속 가는 이유가 금융업 등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의 초강세, 특히 그중에서도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한편, 요즘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해리포터로 인해 영국은 국가적 이미지 제고와 부를 창출하고 있다. 출판에서 시작한 해리포터는 영화, 캐릭터 등으로 발생되는 매출이 무려 2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으로서 반도체산업, 조선산업 등 주요한 사업들 다수가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문화콘텐츠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면 1% 내외에 불과하다. 문화콘텐츠산업은 창의력과 독창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산업이다.

 창의력과 독창성면에서 우리는 우수한 민족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콘텐츠산업은 향후 발전 가능성 및 시장의 여지가 더 큰 분야라고 본다. 우리가 체계적으로 이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한다면 얼마든지 세계 선두의 자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을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국가핵심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흥원은 우선 문화콘텐츠산업 발전기반 확충과 국제 경쟁력 제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올해 진흥원의 사업방향은 크게 5가지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첫째, 문화콘텐츠산업을 주요 산업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 마스터플랜 및 중장기 연동계획(rolling plan)을 수립할 방침이다. 둘째, 대국민 홍보 강화를 통한 비전을 제시할 방안이다. 문화콘텐츠산업이 미래 주요산업이며,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언론 등과 연계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아갈 것이다. 셋째,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양성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마니아 위주로 산업이 생산·유지되었다면, 전문인력과 함께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지원사업 등에 비중을 둘 것이다.

 넷째로 스타프로젝트 등의 사업계획을 준비중이다. 성공사례를 만들어 벤처자금이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확대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다수에 대한 소규모 지원방식을 지양하고 될 만한 콘텐츠를 선택하여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문화원형 디지털화 및 문화콘텐츠 기술개발에 역점을 둘 것이다. 유무형 문화원형의 디지털 콘텐츠화로 지식경제 시대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함이며, 이를 위한 문화기술(CT) 개발 사업도 활발히 펼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사업 지원을 위한 자금도 2000억원 가량이 마련되어 있다.

 현재 우리의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선두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10년전 어느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믿음은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국민이다. 신경제시대의 선진국으로 우리는 가야 한다. 이제 국민·정부·산업계 모두가 한마음으로 문화산업 강국의 신나는 꿈을 신년 목표로 삼고 한해를 시작하였으면 한다.

 이제는 문화콘텐츠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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