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텍 김동훈 사장

 “내년 연말이면 유명 골프장에서 전동카트 대신 네 발로 걷는 로봇말에 골프채를 매달고 다니는 풍경을 보게 될 겁니다.”

 로보텍의 김동훈 사장(44)은 역술인들이 유별나고 드센 팔자가 많다고 수군거리는 58년생 개띠다. 그는 젊은 시절 제약유통업으로 적잖은 돈을 모았으나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타고난 끼를 억누르지 못하고 지난 98년부터 독자적인 로봇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고교동창인 터보테크 장흥순 사장을 비롯해 벤처업계에 이름난 58년 개띠 친구들도 모두 무모한 짓이라며 김 사장을 말렸으나 결국 그는 국내 로봇개발사에 길이 남을 ‘대형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지난주 김 사장이 선보인 탑승형 보행로봇 ‘제모스’는 중형차만한 큰 덩치에 사람을 태우고도 6개의 육중한 다리로 성큼성큼 움직이는 놀라운 제품콘셉트로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남들은 우선 작은 로봇부터 만들어야 돈이 된다는데 장난감 같은 로봇을 만들자니 영 마음에 안 내키더라고요.”

 토목공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로봇사업에서도 김 사장은 스케일이 크다.

 국내 최초로 사람이 탈 수 있는 대형로봇인 제모스는 내년 5월부터 4개의 다리를 지니고 보다 기민하고 험지 주파능력이 개선된 경량형 제모스2로 개량돼 일반에 시판될 계획이다.

 제모스2는 구동장치를 압축컴프레서로 대체해 크기가 절반으로 줄고 네발로 뚜벅뚜벅 걷는 일종의 ‘로봇말’이다. 골프장 같은 완만한 경사지에서 사람을 태운 채 8㎞ 속도로 걸을 수 있다.

 “이 4족 탑승형 로봇은 소음이 거의 없고 심지어 낮은 계단도 오를 수 있어 사람이 접근하기 위험한 분야의 이동수단으로 널리 사용가능하다”면서 자랑이 대단하다.

 김 사장은 우선 제모스2를 대당 4000만원 가격에 테마파크, 골프장 등에 판매해 내년도 4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로보텍의 제모스는 지난 9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선보인 4족 보행로봇 센토를 마지막으로 국내 보행로봇 연구가 중단된 상황에서 벤처기업이 한차원 앞선 탑승형 보행로봇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외 석박사가 수두룩한 대기업, 대학연구소에서도 아직 이만한 대형로봇이 나온 사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로보텍의 행보는 많은 관심을 모은다.

 “비산업용 로봇시장은 조직의 논리에 휘둘리는 대기업보다 모험적인 벤처정신과 창의력이 십분 발휘되는 벤처기업에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아요. 이중 로보텍은 옥외용 이동로봇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될 겁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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