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한해 산업계에 불었던 뜨거운 바람 중 하나는 ‘전통기업의 e전이(e트랜스포메이션)’다. 철강·조선·자동차 등 소위 국내 산업의 버팀목인 전략업종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세업종에서도 ‘변신’을 향한 기업들의 노력은 다각도로 펼쳐졌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 이미 국경을 넘어 선진기업과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은 선진경영의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해 벤치마킹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경영혁신(PI)을 전개했다. 또 각종 정보기술(IT) 툴을 경영 전반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진행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들의 의지와 함께 노출된 전략 부재, 즉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밑그림이 없다는 점은 기업의 실질적인 성공을 위해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IT, 더이상 ‘정보 시스템 부문’의 과제가 아니다=90년대 후반들어 공공기관을 비롯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CIO 직제 도입 붐이 일었다. IT가 기업경영의 중요한 툴로 부각되면서 이를 진두지휘할 책임자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특히 IT를 국가 백년대계로 삼은 정부에도 이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이런 CIO 역할론은 최근들어 e비즈니스나 PI 담당으로 그 역할론이 다소 변화되고 있다.
역시 핵심 툴이 IT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보면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지만 ‘기업의 IT 도입·활용 목적’의 접근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CIO의 역할이 단순히 정보 시스템을 관리하고 총괄하는 역할이 아니라 도입한 IT가 경영에 어떻게 쓰이는지, 그 지향점이 어디인가에 대한 분명한 역할론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내 이같은 역할의 필요성은 ‘중장기 IT전략’의 중요성에서 더욱 강조된다. 최근 전통산업의 e트랜스포메이션이 강조되면서 경영진들에게 IT가 경영혁신의 중요한 툴로 자리잡는 상황까지는 발전했지만 실제 이를 구현할 전략적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IT전략과 사업전략을 매치시켜라=IT에 대한 전략적 사고는 현재 기업이 처한 조건과 IT 도입에 대한 수준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기서 기업의 조건과 수준은 기술·조직·업무 프로세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 또 요즘처럼 IT라는 수단이 마케팅의 최일선으로 나온 상황에서 기업의 각 직급에 처한 인력들이 어떠한 수준으로 도입한 IT를 활용하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같은 성공적인 IT전략은 해당 기업의 사업전략과 맞물릴 때 가능하다. 즉 IT 도입을 통해 기업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설정, 기업의 매출 증대,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비용절감,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증대 등 바로 이런 목표 달성이 IT가 업무 프로세스에 적절하게 적용돼 IT전략과 사업전략이 결합됨을 의미한다.
최근들어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경영혁신에 분명한 초점을 맞춰 추진되는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이나 고객 서비스 강화와 채널 마케팅 툴로써 주목받는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협업 프로세스 체제를 구축해 업무효율을 꾀하려는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등 각종 IT 툴의 업무적용 목표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이런 업무 시스템은 인터넷과 전자상거래(EC) 시대에 대응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중장기 전략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움직임과는 분명 다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해킹·사이버테러 종합대책 급하다
지난해 9월 미국 심장부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인해 붕괴되면서 전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무소불위의 거대 강국 미국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한 수많은 업체들이 재해복구 솔루션 구축을 통해 완벽하게 데이터를 보호·복구했으며 피해를 입은 금융기관들도 1∼2일 안에 거의 모든 업무를 평상시와 다름없이 재개했다는 사실은 역시 미국이라는 국가의 잠재력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면 국내 상황은 어떠한가. 국내 상황은 지난해 가을 정보통신부 주관으로 금융·통신 등 32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사이버 테러 모의훈련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훈련은 80개 시스템과 150여개의 e메일에 대해 해킹과 바이러스 유포 등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응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결과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대상기업 32개사 중 12개 업체는 침입사실조차 몰랐고 침입사실을 감지한 곳도 정해진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보고했다고 한다. 특히 대응에 취약한 기업 중에는 보안에 철저하다는 금융기관도 포함돼 있어 심각성을 더했다. 또한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기관별 재해복구 시스템 현황 및 보안성 검토 결과’에서도 국내 금융기관의 재해복구 시스템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재해복구를 위한 백업센터는 현재 운영중인 전산실이 마비됐을 경우에 대비한 전산망인데, 국내에서는 코스닥증권시장을 제외하고는 아직 백업센터가 전혀 구축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와 같이 국내에서도 폭탄 테러 및 사이버 테러로 이한 금융기관 전산시스템의 일시적인 장애를 넘어 지진·홍수·태풍에 이르는 모든 재해를 일괄지원하는 종합재해복구 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가차원의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는 국가재난센터를 설립하고 행정전산망 등 국가기간전산망의 데이터베이스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의 분야별 공동백업센터를 설립해 효과적으로 문제점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통신도 비상시 국가의 전화·인터넷 등 모든 기간통신망의 백업망과 타 사업자와의 연도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하고 이를 운영할 사이버 상황실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미국 테러를 계기로 사이버 테러에 대응한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보보호 사고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대응방식은 대문으로 들어오면 대문에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뒷문으로 들어오면 또 뒷문에 안전장치를 달고, 창문을 뜯고 들어오면 창문에 안전장치를 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준이었다. 즉 정보보호 솔루션만 도입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지는 못했다.
효과적인 정보보호를 위해서는 기술·관리·물리적인 측면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보호 솔루션을 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리적 측면에서 정보보호의 중요성도 간과돼서는 안된다. 관리적 측면에서의 정보보호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보호조직을 갖추고 정보보호를 관리하는 정책·규정·절차를 제정 또는 개정하고 이에 맞춰 정보보호 관련업무를 진행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LG그룹 성공사례: CRM시스템 구축 `맞춤형` 서비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을 찾아 고객의 입맛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라.’
최근들어 더욱 강화되는 기업의 IT정책은 단연 고객관계관리(CRM) 서비스 강화로 압축할 수 있다. 고객을 성별·나이별로 단순분류하는 데서 나아가 소비이력과 성향을 포함한 더욱 세밀한 분석으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겠다는 것. 더이상 찾아오는 고객에 만족하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다가서겠다는 의지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CRM을 추진하는 데서 나아가 지난 5월에는 전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CRM 추진전략회의’를 개최하는 등 그룹차원에서 CRM에 기반을 둔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 제공으로 기업 수익성을 증대시키고, 이는 금융·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전 계열사에 해당하는 만큼 그룹차원의 ‘CRM 경영’을 펼친다는 의지였다.
특히 CRM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CRM 추진리더 양성과정’을 개설, 상반기에만 130명의 CRM 전문가를 배출했으며, 하반기에는 세계 최대 CRM 콘퍼런스인 ‘NCDM(National Centers for Database Marketing) Summer 2001’ 행사에 각 계열사 CRM 담당자들을 참석시켰다.
LG는 현재 LG전자·LG캐피탈·LG텔레콤·LG홈쇼핑 등을 중심으로 CRM 시스템을 구축해 이미 많은 성과가 가시화됐으며, 특히 LG캐피탈은 단일 카드사로 업계 1등을 달성한 요인을 지난 98년부터 추진해온 성공적인 CRM 시스템에서 찾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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