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특약=iBiztoday.com】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히는 해충인 민달팽이를 잡아내는 로봇이 영국에서 개발됐다.
이 로봇은 민달팽이 퇴치라는 목적을 위해 탄생했으나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않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완전한 자율 이동 로봇’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민달팽이는 낮에는 돌 밑이나 흙속에 숨어있다 밤이되면 기어나와 식물의 잎에 올라가 먹을 부분을 타액으로 축인 후 단단한 위턱으로 물어서 갉아먹는 대표적인 해충의 일종이다.
이 해충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고 있어 영국의 경우 연간 퇴치비가 3000만달러에 이른다.
영국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의 지능자율시스템연구소(ias.uwe.ac.uk)가 최근 시제품으로 내놓은 ‘슬러그봇(SlugBot)’은 시간당 무려 100마리의 민달팽이를 처치할 수 있다.
2피트 높이의 이 4륜 로봇은 적색 광선을 비추는 이미지 센서를 사용해 농작물을 갉아먹는 민달팽이를 간편하게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지능자율시스템연구소는 민달팽이가 지렁이나 달팽이 등 농작물 사이에 기생하는 다른 벌레와 달리 적외선 파장을 발산한다는 특성에 주목, 적색 광선을 비춤으로써 야간에도 매우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슬러그봇에 채택했다.
슬러그봇이 일단 적색 광선을 비추다 민달팽이를 포착하면 3개의 갈고리형 집게가 맨끝에 부착된 기다란 팔을 뻗어 목표물을 집어 올린 후 로봇의 전면에 위치한 직사각형 판에 담는 방식이다. <사진>
슬러그봇은 별도의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잡아들인 민달팽이를 다시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친환경적인 로봇이다. 잡아들인 민달팽이를 ‘발효탱크’에 넣어 여기에서 발생한 바이오 가스로부터 전기를 얻어낸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com/time)도 슬러그봇의 기술적인 탁월성을 높이 평가하고 올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물론 비판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타임의 한 독자는 최근 독자투고를 통해 “살을 먹어 치우는 로봇을 만든 것은 건전한 상식의 선을 넘어선 미치광이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달팽이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농부들이나 정원사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영국의 조경 전문잡지 ‘BBC가드너스월드(gardenersworld.beeb.com)’의 아담 패스코 편집장은 “민달팽이 제거에 확실한 효과가 있는 발명품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대환영”이라고 반겼다.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은 그러나 슬러그봇을 당장 시장에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자율이동 로봇에 관한 지능자율시스템연구소의 연구성과를 입증해 보일 목적으로 시제품을 만들었을 뿐이며 아직 상용화할 계획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민달팽이 퇴치를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는 영국 농부들은 슬러그봇이 시제품으로 그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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