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매조직 역할이 바뀐다

 A사 구매부 권모 과장은 회사 업무와 관련해 올 한해 만큼 자부심을 가진 적이 없다. 10년 가까이 구매업무를 해왔지만 회사가 지난 4월 전자입찰을 이용한 온라인 구매를 본격 시작하고 외부 e마켓을 통해 기업소모성자재(MRO)를 구매 아웃소싱하면서 문서처리나 공급사 대면업무가 피부로 와닿을 만큼 줄어들었다. 처음엔 이러다 ‘자리 보존이 어려운 것 아니냐’며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임원진들이 나서 ‘전략구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구매부의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자 부원 모두 업무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졌다.

 올 한해 e프로큐어먼트나 e마켓을 중심으로 한 기업간상거래(B2B EC)가 기업에로 확산되면서 기업에 일어난 큰 변화 중 하나는 구매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다. 구매부를 본사 조직으로 통합하거나 완전 아웃소싱하는 물리적인 조직 변화부터 전자입찰시스템 가동이나 외부 e마켓 이용에 따라 구매담당자들도 수년간 해 온 자신의 업무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LG전자 구매기획팀 김중기 부장은 “기업의 구매업무는 조달구매, 개발구매로 발전해 이제는 전략구매, 정보구매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한다. LG전자가 최근 사업본부별로 두고 있는 구매팀을 ‘서플라이매니지먼트팀’으로 바꾼 것만 봐도 구매부 역할이 어떻게 변화되는 지 그대로 나타난다.

 한편 미국 경기예측의 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구매지수’를 발표하는 미국구매관리자협회(NAPM)는 오는 2002년부터 조직 이름을 ‘ISM(Institute for Supply Managment)’으로 변경키로 했다. 기업구매는 더 이상 구매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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