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엔低` 가속화…국내증시 영향과 전망

 원화강세와 엔화약세가 주식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원달러 환율은 1270원대로 하락한 상태며 엔화는 최근 석달간 9%나 급등하며 8개월 이래 최고치인 126엔대에 진입했다. 특히 원화강세와 엔화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원엔환율도 1엔당 10원선으로 급락했다. 지난 99년 7월 이후 29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엔화약세·원화강세가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제품의 대일본 가격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상 원화강세·엔화약세는 주식시장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악재로 작용하는 한편 미국이나 유럽자금의 국내증시 유입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호재성 재료로 받아들여진다.

 ◇원화강세는 한국의 펀더멘털 때문=증시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원화강세에 대해 크게 우려할만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화강세의 주된 이유가 여타 국가들에 비해 양호한 경제성장률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지속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IMF의 조사에 따르면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 및 여타 아시아국가들에 비해 견조한 성장률을 나타냈고 내년도 예상성장률에서도 신흥공업국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내 경기상황 호전에 따른 원화강세는 당연한 결과며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전반적인 경기호전에 따른 긍정적 기대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원화강세로 인한 채산성 악화보다는 수요증가와 제품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원화강세 우려보다는 경기회복을 보자=일례로 지난 98년 10월부터 99년 6월까지 원달러환율은 1400원대에서 1150원대로, 원엔환율은 11.5원대에서 9.5원대까지 하락했지만 국내 경기는 가파른 회복을 나타냈으며 주식시장도 300에서 1000선까지 오르는 대세상승을 보였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은 경기회복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압박보다는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증가가 더 기대되는 시기”라며 “주식시장 대응은 원화강세에 대한 지나친 우려보다는 경기회복이 구체화되는가와 그 시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정수 신한증권 연구원은 “수출을 하는 대부분의 국내기업들도 이미 적극적인 환율 헤지(hedge)를 하고 있어 환율변동으로 인한 영향은 당초 우려처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증시로의 외국자금 유입 가능=한국투자신탁증권은 13일 최근의 원고·엔저가 외국투자자금 유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강세로 국내 증권시장의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고 있어 수급 측면에서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투증권은 지난 10, 11월 두달사이에 엔화와 원화간 재정거래 차이가 11%나 났으며 이 결과 일본 투자자금의 한국행(엔케리자금)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보기술(IT)제품의 일본제품에 대한 경쟁력 약화도 크게 염려할 부분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IT주력제품의 시장타깃이 달라지고 있어 엔화약세가 한국제품의 경쟁력 약화라는 예전의 논리는 이미 많이 깨졌다는 것이다. 한투증권은 그 예로 TFT LCD의 경우 한국은 대형 모니터용에, 일본은 소형 고부가가치제품에 집중하고 있으며 반도체도 한국은 D램에 특화된 반면 일본은 플래시메모리라는 다른 영역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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