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동덕여대 디자인학부 교수, 한국브랜드협회 회장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디자인과 브랜드는 국가의 경쟁력과 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기업 외부의 관계 극대화를 지향하는 브랜드경영에 바탕을 둔 가치창조경영과 기업내부의 효율 극대화를 위한 지식경영은 국가경쟁력을 높여주는 고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된다.
우리에게는 양적인 변화에서 질적인 변화로의 전환과 복제에서 창조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것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디자인과 브랜드다.
디자인은 산업을 문화화하고 문화를 산업화시킬 수 있는 가교가 된다. 이제 디자인과 브랜드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실감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은 디자인과 브랜드를 21세기 생존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목표를 설정하여 야심찬 계획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고 있다.
바야흐로 디자인과 브랜드 전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변화의 물결에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피땀 흘려 쌓아온 결실이 소멸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해 퇴출되는 비운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인 호라클레이토스는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는 말로 변화 그 자체를 빼고는 모든 것은 변한다고 했으며, 피터 F 드러커 교수도 “변화만이 불변한다”고 했다. 이는 변화의 능력이 바로 기업의 자산이 되는 시대라는 것을 기업 스스로 깊이 인식하고 디자인과 브랜드에 있어 능동적으로 변화의 물결에 대처해 나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차별화되고 지속적인 경쟁우위의 질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전세계 소비자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우리의 고유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 신뢰받는 기업과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상품을 생산·가공·증명 또는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가 자기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문자·도형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이 브랜드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자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 소비자의 마음속에 가치 있게 느끼게 하는 경험적 상징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어원상 이 말은 소나 말 등의 엉덩이에 불로 달군 쇠로 낙인을 찍어 이웃목장과 자기 목장의 가축을 구별하기 위해 출처를 표시한 노르웨이의 고어인 ‘brandr’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이나 기업의 식별기능 의미 외에 자기 제품에 대한 품질보증의 의미는 물론 브랜드 자체가 갖는 심리적인 만족감까지도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브랜드는 형식적으로 붙이는 글자·도형 이상의 기업이나 제품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기술과 집약된 실력의 총체이며 제품이나 기업의 얼굴이자 상징이기 때문에 신용을 축적하는 근본원인이 된다.
기업가치의 원천이 유형자산만이 아닌 브랜드의 가치 같은 무형의 21세기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브랜드의 자산가치(brand equity)란 특정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 브랜드로 인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이익, 제품이 가져오는 가치 위에 브랜드가 더해주는 가치를 의미한다.
브랜드는 기업의 핵심적인 지적 자산으로 시장정보 수집에서부터 상품기획·상품판매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모든 지식이 체화되어 고객과 만나게 되는 접점이 되므로 경쟁력 있는 톱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브랜딩 전략의 수립과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경쟁우위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서비스개념을 정립하고 아이덴티티를 기획, 실행하기 위한 행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품질의 우수성, 경쟁제품과의 비교우위, 매출 및 매출신장률, 희귀성, 희소성, 유용성, 마케팅전략 등과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는 정도 즉 인지도와 절대적 품질이 아닌 소비자가 지각하고 있는 브랜드의 품질, 브랜드가 주는 독특한 개성과 정서적인 차이점,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재구매 성향과 충성도, 브랜드를 생산하는 조직인 기업의 이미지, 소비자가 감내할 수 있는 경쟁사 제품과의 가격 차이 외에 브랜드의 현재와 미래 경제적 가치를 결정짓는 요인인 브랜드 네임, 브랜드 로고, 상표권, 포장디자인, 제품디자인, 시장환경, 시장점유율, 브랜드의 역사성, 광고나 판촉방법, 브랜드에 대한 장기적 방향성인 사업 트렌드, 국제적인 인지도 획득여부인 브랜드의 세계화 수준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시장의 주요브랜드 중 60% 이상이 미국의 브랜드이며, 유럽이 25%, 15%가 아시아계 브랜드로 그중 90% 이상이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이제 단순한 제품생산기지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도약으로 파워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이 세계시장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브랜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진다”는 말과 같이 단순히 기업들이 제품이나 상품, 서비스를 만든다는 자세에서 벗어나 기업이나 제품, 서비스를 세계화의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브랜드 하나 하나를 성숙하게 만들어내기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 뒤따른다면 그 기업이나 제품, 서비스는 반드시 세계적인 파워 브랜드로 자리잡는 것으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기업들은 현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브랜드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적인 브랜드가치 평가 전문회사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인터브랜드사가 리더십·안정성·시장성·국제화·트렌드 등 마케팅적인 요소를 점수화해 2001년 브랜드가치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 선정한 100대 브랜드가치 글로벌 브랜드에는 미국의 코카콜라가 무려 689억5000만달러로 1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량(GDP)인 3000억달러 수준의 4분의 1에 달하는 막대한 브랜드자산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으며 한국은 삼성이 유일하게 63억7000만달러로 42위에 랭크됐다.
우리의 이웃나라인 일본은 파나소닉(34억9000만달러), 캐논(65억8000만달러), 닌텐도(94억6000만달러), 혼다(146억4000만달러), 소니(150억1000만달러), 도요타(185억8000만달러) 등 10억달러 이상의 브랜드가치를 가진 브랜드가 무려 6개나 된다.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독특하고 차별화된 제품개발과 함께 국내외는 물론 지역별 현지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연상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디자인과 브랜드 중심의 경영패러다임을 통한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디자인과 브랜드중심의 경영을 지향하는 기업들은 고객들을 만족시켜 신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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