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30분쯤, 어둠이 깊어가는 서울 중구 스카라극장 앞. ‘와이키키 브라더스’ 상영이 끝나자 연인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이 극장 안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어요. 처음 개봉했을 때 꼭 보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극장에서 막을 내리는 바람에 미처 못보고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내서 찾아왔지요. 재개봉을 하지 않았으며 비디오로 봐야 했을텐데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게 돼 너무 좋았어요.”
공무원 김정애씨(36)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어렵게 시간을 맞춰 이 영화를 봤다며 다른 사람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흥행 부진을 이유로 조기 종영됐던 ‘볼만한 영화’들이 마니아와 영화사들의 ‘되살리기’ 노력으로 재개봉,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영화평론가들의 호평 속에 서울 18개관에서 개봉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사상 최대의 릴레이 시사회를 여는 등 총력전을 펼쳤으나 개봉 2주째 서울 10개관으로 상영관이 축소되는 등 불과 몇주를 넘기지 못하고 극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좌석판매율이 45%(서울)대에 이르고 평일 5000∼6000명이 이 영화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등 관객이 높은 호응을 보이자 명필름은 영화사상 유례 없는 극장을 빌리는 대관형식의 장기 상영을 결정했다.
명필름은 40%의 좌석판매율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극장을 빌려 한 달간 극장임대료 6000만원 이외에 점유율이 40%를 넘지 못할 경우 차액에 대한 손실까지 지불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그러나 결과는 보기 좋은 ‘성공’이었다.
지난 11월 9일부터 2주간 상영된 종로 씨네코아극장에서의 좌석점유율이 45%를 넘어선 것. 명필름은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 1월 4일까지 한달간 상영을 계속하기로 했다.
재개봉 바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이퍼텍 나다는 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초까지 극장 개봉후 일찍 간판을 내린 영화 7편을 재상영키로 결정했다.
‘라이방’ 외에 ‘소름(윤종찬 감독)’ ‘수취인불명(김기덕 감독)’ ‘나비(문승욱 감독)’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감독)’ ‘와이키키 브라더스(임순례 감독)’ ‘꽃섬(송일곤 감독)’ 등 7편이 매일 한 편씩 차례로 상영된다.
작품별 메이킹 필름도 추가 상영될 예정이며 감독과 관객의 대화시간도 마련된다.
이에 앞서 서울 반포의 센트럴6시네마와 분당 씨네플라자도 지난 1일부터 2주 동안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고양이를 부탁해’ ‘나비’ 등 4편의 영화를 재상영하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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