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블레이드’의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교실, 복도, 운동장 등에서 탑블레이드로 팽이싸움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물론 탑블레이드 완구의 교육적인 장단점에 대해서는 논외로 치더라도 최근 어린이들에게 탑블레이드는 반드시 알아야 대화에 끼어들 수 있는 또래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여학생들이 탑블레이드에 빠져드는 이유는 학교에서 남학생들과의 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팽이싸움으로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는 상대적 보상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괴롭히는 남자 아이들을 탑블레이드 한판으로 물리친다면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이러한 탑블레이드 놀이의 논리는 허약하고 몸집이 작은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탑블레이드의 다양한 팽이 종류는 여러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무리 탑블레이드를 잘 하더라도 고급형 탑블레이드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계속 더 좋은 탑블레이드를 구입해야 하고 부모들은 지속적으로 팽이를 업데이트시켜 줘야 한다. 또 고급형일수록 소모형 부속품이 많다. 그래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소모형 부속은 수시로 교환해주어야 하므로 지속적인 완구의 구매가 발생한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더욱 다양한 탑블레이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TV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을 반드시 시청해야 한다. 매번 방영될 때마다 탑블레이드의 운용전략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실제 공간의 아이들처럼 자신의 팽이싸움을 승리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고 작품 속에서 이를 실행한다. 결국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어린이들은 TV앞에 앉아서 탑블레이드를 아주 진지하게 시청한다. 작품의 흥미요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실제 친구들과의 팽이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이처럼 탑블레이드는 놀이공간과 TV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계시키는 전략을 통해 캐릭터비즈니스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탑블레이드는 그냥 팽이가 아니다. 기본 놀이방식만 팽이치기와 같을 뿐, 여러 가지 경기방식을 개발, 디지털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아날로그식 팽이의 흥미를 맛볼 수 있도록 개발한 사례다. 팽이치기의 줄 대신, 플라스틱 와이어가 있는 ‘슈터’로 팽이를 돌리고 본체를 몇 개의 부품으로 분해하거나 재조합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더욱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들은 탑블레이드를 던지기 전에 ‘공격력’ ‘방어력’ ‘지구력’ 등의 3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자신의 탑블레이드를 ‘파워 업’해야 하며 맞서는 상대의 특성에 맞게 세 기능 중 특정한 부분을 키울 수도 있다.
캐릭터비즈니스의 직접적인 활성화와 TV방영 프로그램의 시청률 상승을 동시에 이루어낸 탑블레이드 프로젝트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기획전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한편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문화로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TV에서 보는 탑블레이드가 자신의 손안에도 그대로 들려있을 때 어린이들은 이미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에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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