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분야 전문가들의 모임인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서진구 코인텍 사장)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주피터룸에서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을 초청해 12월 월례모임을 가졌다.
김영환 장관은 이 자리에서 ‘21C 국가생존을 위한 신기술 개발 전략’이란 주제강연을 통해 “우리나라는 IT 생산 및 응용 기술은 우수하나 핵심 원천기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급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현재 우리 전통산업기술과 IT·BT·NT 같은 신기술을 융합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는 우리의 여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며, 특히 ‘뺄셈의 원칙’을 적용해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의 강연내용을 간추렸다. 편집자
산업경쟁력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기술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크게 자본·노동·기술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자본과 노동은 물리적으로 투입량을 늘릴 수 있지만 기술은 그렇지 못하다. 기술수준 향상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 연구개발투자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놓고 볼 때 미국은 26%, 일본 22%인 반면 한국은 18%(91∼2000년) 수준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90년대 중반에 지식기반산업이 총부가가치의 50%를 넘어섰으나 우리는 아직 40% 수준이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기술무역수지 적자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62년 이후 기술도입액(239.8억달러)이 수출액(12.9억달러)의 19배나 된다. 또 전체 적자(227억달러) 중 90년 이후 적자가 190억달러이고 2000년에만 28.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기술의 해외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우리나라가 기술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는 미래기술 예측, 선진국 동향, 우리의 여건 등 세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 랜드(RAND)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15년까지 IT·BT·NT 등은 융합하면서 기술혁명을 지속해 전지구적으로 광범위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경제가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IT·BT·NT분야 연구개발 예산으로 올해 853억달러에서 내년에 953억달러를 투자키로 하는 등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일본도 제2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01∼2005년) 기간에 BT·IT·NT·환경·재료 등에 1차계획때보다 41% 늘어난 24조엔(GDP의 1%)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EU의 경우 제6차 프레임워크프로그램(Framework Programme) 기간(2002∼2006년)에 IT·BT·NT·항공우주 등에 총 175억 유로를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투자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과 경쟁하기는 곤란하다. 올해 정부예산의 4.3%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20분의 1, 일본 11분의 1, 독일 4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결국 IT·BT·NT·ET·ST 등 향후 성장을 주도하고 삶의 질 향상과 국가안위 확보에 필요한 신기술을 선택해 우리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신기술 적용의 대상이 되는 주요 기간산업에서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생산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세계 시장점유율 3위 이내의 일류상품을 250개나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부터 2000년까지 40년간 전통산업분야에서 고도의 압축성장을 일궈냈다. 반도체공정기술·조선·자동차·철강·원자력·우주항공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거나 5, 6번째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또한 한국은 지식기반사회에서 과학기술 입국을 위한 기본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9월 OECD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SW·고등교육·R&D투자(98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스웨덴·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지식투자국가다.
UNDP는 특허등록·기술수출·평균수학년수 등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성취지수를 세계 5위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식기반사회를 가름하는 IT산업과 정보화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따라서 우리의 과학기술적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특정분야를 선택해 자원을 집중할 경우 신기술에 도전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최근 신기술분야에서 세계가 놀라는 탁월한 연구개발성과를 많이 내고 있다. 메조다공성 실리카 물질 합성 및 결정구조 규명, 초고집적·초미세 나노선 배열 합성,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생존원리 규명, 탄소나노튜브 위치제어기술 개발 등이 그런 성과다.
특히 이같은 성과를 발판삼아 향후 신기술 도전을 위한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우리는 내부여건에 맞는 미래유망기술을 선택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5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첫째, 국내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IT를 성장엔진으로 좀더 육성하고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BT·NT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부는 2002년에 BT분야에 25.6% 증가한 2029억원을, NT분야에는 185% 늘어난 103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둘째로 ST·ET·CT 분야는 국가전략차원에서 집중 육성돼야 한다. 우주개발은 국가위상 제고와 우주산업 육성차원에서 진흥시킬 필요가 있다. 문화산업 역시 21세기 성장산업인데다 우리 여건에 적합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해 나가야 한다. 환경기술은 국민복지와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지구촌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6T 중에서도 IT가 가장 중요하다.
셋째, 동일 기술분야 내에서도 ‘뺄셈의 법칙’을 적용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부는 6대 국가전략기술분야에서 향후 중점투자할 기술 중 약 100개를 곧 선정할 예정이다.
넷째, 전통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화 및 경쟁력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텔레매틱스·생물농약·천연소재·테라급 나노소자 등이 그러한 예다.
마지막으로 신기술 도전에 성공하려면 기술외적인 제반여건 조성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 6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을 이끌어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오는 2005년까지 총 40여만명(IT 27만여명, BT 9000여명, NT 4000여명, ST 1000여명, ET 7000여명, CT 1160명)을 교육인적자원부 주관하에 관계부처가 역할을 분담해 양성할 방침이다. 또 여성과학기술인 양성 및 활용 촉진을 위해 정부출연연의 여성연구원 채용목표제를 도입, 현재 전체의 6.9%인 여성과학기술인을 2003년까지 10%로 늘리고 2010년에는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과학기술부는 현재 17.3%인 기초과학예산 비중을 2002년에 19.0%, 2006년까지 25%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2006년까지 순수 기초학문분야의 첨단연구소 30개를 설립하게 된다. 기초의과학 집중 육성과 이를 통한 생명공학 발전 촉진을 위해서는 2006년까지 기초의과학연구센터(MRC) 20개를 설치키로 했다.
특히 정부는 내년 연구개발 투자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연구개발예산 증가율(15.8%)도 모든 부문 중 가장 높다. 이와 관련해 BT분야에 2029억원을 비롯해 NT에 1033억원, 21세기 프런티어사업에 163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국가차원의 연구개발 투자증가와 맞물려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도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지난 97년 9.3조원이었던 투자규모가 올해는 11.4조원으로 늘었다.
연구개발 투자못지 않게 과학기술 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평가 및 사전조정을 강화하는 동시에 연구비가 낭비되지 않고 생산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체제를 확립해 나가겠다. 이를 위해 성공한 연구개발성과의 확산·활용과 함께 연구개발 실패사례도 조사·분석해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과학기술부는 과학기술 대중화 차원에서 ‘사이언스 북 스타트’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과학기술문화 확산의 구심점이 될 국립서울과학관을 2006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한편, 우리나라가 신기술 도전을 하는 데 있어 앞서 지적한 다섯가지 전략 중 두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는 뺄셈의 원칙이다. 적은 연구개발예산을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꼭 투자해야 할 부문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얼마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토론할 때도 반도체·조선·자동차 같은 전통기술과 신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국가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금 세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이 플러스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 등 제조분야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술과 시장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 전통기술과 신기술의 융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둘째로 우리나라는 IT에서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IT의 성장잠재력은 크다. 국내 IT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27.8%로 세계평균(12.6%)보다 높다. IT산업은 지난해 우리나라 GDP의 13%를 차지했고 경제성장률 기여도 50.5%, 수출 512억달러, 무역흑자 157억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 6월 현재 국내 인구 100명당 초고속인터넷가입자는 13.9명으로 세계 1위다. 1인당 평균 인터넷접속시간도 세계 최고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IT 생산 및 응용 기술은 앞섰으나 핵심 원천기술은 갖고 있지 못하다.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소프트웨어가 없고 핵심인력도 부족하다. 따라서 고급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시설을 갖춰야 하며 소프트웨어 인력을 길러내는 게 매우 시급하다.
이와 함께 디지털콘텐츠분야를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여기에는 문화발전이 필수적인데, 정보기술과 문화를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10-10’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국민 한사람당 책 10권을 사서 보고, 1년에 10회 정도 공연·전시회·박물관을 찾는 것이다. 즉, 문화소비를 높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화공급자도 당연히 발전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문화와 정보가 결합하는 21세기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국회, 계엄해제 결의안 통과....굳게 닫힌 국무회의실
-
2
尹 "계엄 선포 6시간만에 해제하겠다”
-
3
'尹 계엄 해제'에… 與 “국방부 장관 해임” 野 “즉시 하야”
-
4
尹, 6시간만에 계엄 해제…'탄핵·책임론' 뇌관으로
-
5
[계엄 후폭풍]대통령실 수석이상 일괄 사의
-
6
“딸과 서로 뺌 때려”...트럼프 교육부 장관 후보 '막장 교육'?
-
7
한총리 “국무위원 전원 사의 표명에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섬길것…내각 소임 다해달라”
-
8
[계엄 후폭풍]대통령실·내각 사의 표명…'정책 콘트롤타워' 부재
-
9
속보정부, 국무총리 주재로 내각 총사퇴 논의
-
10
국회 도착한 박지원 의원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