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학계를 움직이는 사람들>(43)저장장치학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보관하고 관리해 주는 스토리지시장은 지난 몇년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판매된 스토리지시스템 규모는 81페타바이트(1페타바이트=1000테라바이트)에 달했으며 앞으로도 성장을 거듭해 오는 2005년께는 1500페타바이트(PB)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IDC 조사). 국내시장 또한 지난해 1.1PB 규모에 7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됐으며 2003년께는 중대형서버시장을 추월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지시장은 EMC·IBM 등의 미국계 업체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으며 국내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지난 90년대초에는 수십∼수백대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연결해 거대한 단일 드라이브를 만들어내는 레이드(RAID:Redundant Array of Independent)시스템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지시스템에 대한 국내의 연구활동은 아쉽게도 그리 많지 않았다. 과거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몇몇 교수들이 레이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2∼3년새 저장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개발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병렬시스템·DB 연구 등을 수행하던 교수들도 이 분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지난 봄 이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산학연 관계자들을 망라한 ‘자료저장시스템연구회(위원장 손덕주)’가 설립돼 체계적인 연구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학회의 설립은 스토리지업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본격적인 국산화시기를 전후해 이 분야 전문가가 그룹을 형성했다는 점 외에도 연구분야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 산학연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첫 발을 내디딘 이 연구회는 그래서 더욱 조명을 받고 있다. 이 연구회는 지난 3월 40여명의 회원으로 정식 발족식을 가진 데 이어 4월에 1차 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 지난 6월에는 ‘제1회 한국정보처리학회 자료저장시스템 연구회 워크숍’을 열었으며 앞으로도 1년에 두 차례 정도의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이 학회의 위원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손덕주 책임연구원(48)이 맡고 있다. 손 위원장은 지난 78년부터 ETRI에 근무하면서 국내의 여러 대형 정보통신(IT) 연구과제를 수행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산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손 위원장은 몇년전부터 네트워크 자료저장 시스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활동을 진행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저장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계와 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학회를 설립했으며 현재 ETRI의 저장시스템 연구개발 활동을 이끌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ETRI에서는 신범주 책임연구원, 김경배 선임연구원이 시스템소프트웨어연구팀에서 파일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볼륨매니저 등의 소프트웨어 연구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안대형 팀장이 네트워크스토리지팀에서 레이드시스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네트워크스토리지팀은 분산 공유 레이드시스템 개발작업을 벌이고 있다.

 자료저장시스템연구회의 부위원장은 전북대학교 전자정보공학과의 박순철 교수(47)가 맡고 있다.

 박 교수는 인하대학교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한 후 미국 햄프턴대학과 루이지애나주립대학에서 물리학과 전산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93년부터 전북대 강단에 서고 있는 그는 지난 9월까지 전북지역 전자정보분야 BK21사업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박 교수는 ETRI가 진행하고 있는 SAN(Storage Area Network)기반 자료저장시스템을 위한 시스템관리SW 개발에 참여해 온라인 백업시스템 개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안양대학교 컴퓨터학과의 박성순 교수(40)는 지난해 SAN관리SW 전문업체를 설립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해 왔다.

 박 교수는 홍익대·서울대·고려대 등에서 수학한 순수 국내파이지만 박사학위 취득 이후 미국 IBM 왓슨연구소에서 초빙과학자로, 호주 모나시대학에서 교환교수로 활동하며 해외 선진기술을 익혔다.

 지난 10여년간 컴퓨터 SW분야의 분산운용체계·병렬파일시스템·병렬입출력시스템·대용량 저장장치 분야에서 연구개발작업을 벌여온 그는 최근에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중심으로 SAN관리SW 개발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 컴퓨터공학과의 박찬익 교수(40)는 90년대초 레이드시스템에서부터 저장시스템 연구를 시작한 경우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학사학위를,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 공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박 교수는 91∼92년 미국 IBM 왓슨연구소 초청연구원을 지낸 바 있다.

 박 교수는 왓슨연구소 시절 저장시스템의 발전가능성을 접한 후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학계에서는 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적어 연구지원금을 받기도 힘들었던 그는 어려움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연구활동을 펼쳐 이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 교수는 이후 ‘대규모 멀티미디어 서버를 위한 디스크 배열 연구(95∼98년)’ ‘실시간 디스크 오류 복구 기능 설계(99∼2001년)’ ‘기가비트 이더넷 기반 SAN환경에 관한 연구(2001∼진행중)’ ‘공유 RAID시스템을 위한 제어기간통신 모듈 개발(2000∼2001년)’ 등의 저장시스템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박 교수는 최근 스토리지 QoS 분야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컴퓨터멀티미디어공학과의 이용규 교수(43)는 90년대 중반부터 저장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DB시스템분야의 연구를 주력으로 하던 이 교수는 DB시스템과 저장시스템과의 연관성에 주목,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 교수는 현재 ETRI와 공동으로 SAN기반 클러스터링 저장 시스템인 ‘SANtopia’ 개발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밖에도 SAN환경에서 저장시스템 설계 및 구현, 클러스터 파일시스템, 메타데이터 관리, 데이터 저널링 및 회복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SAN기반 리눅스 클러스터 파일시스템을 위한 메타데이터 관리(2001년)’ ‘SAN환경 공유 디스크 파일시스템의 메타데이터 관리(2001년)’ 등을 공동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동국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한국과학기술원과 미국 시러큐스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장시스템연구회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의 박명순 교수(49)도 90년대 중반부터 레이드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활동을 벌여왔다.

 안양대 박성순 교수의 지도교수이기도 했던 박명순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80년대 미국 유타대학과 아이오와대학에서 전기공학 석사와 전기 및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차례로 받았다.

 귀국후 포항공과대학교를 거쳐 88년 고려대에 부임하게 된 그는 컴퓨팅 병렬처리시스템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활동을 벌여왔다. 그후 레이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 동료 교수들과 함께 95년에는 ‘디스크 배열의 성능 향상을 위한 이중 패리티 예비 디스크 기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올들어서도 ‘HR-RAID:다중 디스크 고장에도 복구가능한 높은 신뢰성을 갖는 RAID 구조’ 등의 논문작업을 했다.

 박 교수는 최근들어 스토리지네트워크의 일종인 SAN에 관심을 갖고 시스템관리SW 연구에 힘쓰고 있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3월에는 동료 교수들과 ‘SAN 관리 소프트웨어 기술, 그 제품 및 전망’이라는 내용을 한국정보과학회지에 기고하기도 했다.

 성균관대학교 전기전자 및 컴퓨터공학부의 윤희용 교수(46)도 독자적으로 활발히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학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윤 교수는 미국 텍사스주립대학,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를 거쳐 지난해 9월부터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윤 교수는 저장장치시스템쪽에서도 파일시스템과 클러스터시스템 구성 SW 등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리눅스기반 멀티서버용 SAN 파일시스템 개발작업을 수행한 바 있으며 내년 완료를 목표로 SAN기반 스위치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영산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부의 전성택 교수가 현재 정보통신부의 연구과제인 ‘SAN기반 자료저장시스템의 통합 시험 및 관리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경희대의 정병수 교수는 리눅스커널기반의 광역버퍼관리기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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