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요전기의 VCR 자체 생산 중단은 과거 20년 동안 큰 변화가 없던 세계 VCR 업계 판도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도시바에 이은 산요의 VCR 자체 생산 중단을 계기로 그간 VCR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고민해온 일본의 주요 메이커들의 사업 축소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해온 일본 후나이전기가 올들어 한국·중국 등의 가격 공세에 밀려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위기를 맞자 소니·JVC·파나소닉·히타치 등 중상위권 업체들도 생산규모를 줄이고 중저가 모델의 생산을 아웃소싱(외부조달)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는 회사의 역량을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VCR보다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팽창하는 DVD플레이어 등 고부가가치 디지털 품목에 쏟아붓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그간 VCR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한 한국의 가전업체들이 기술 및 디자인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어 한국업체들과의 OEM거래를 통해 사업을 얼마든지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일본업체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 같은 일본 업체들의 잇단 VCR 사업 축소는 그동안 VCR를 수출 주력품목으로 육성해오면서 세계 1위 메이커로의 도약을 꿈꿔온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산요가 말레이시아공장에서 생산해온 VCR의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LG전자로부터 제품을 OEM방식으로 공급받기로 함에 따라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요와 OEM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안정적인 OEM 공급선을 물색해온 일본업체들이 LG전자로 하나둘씩 몰려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LG전자의 연간 VCR 판매량은 올해 700만대 수준에서 내년에는 800만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 세계 시장점유율 5위에 랭크된 LG전자는 산요와의 OEM공급 계약을 계기로 향후 1∼2년내 세계 3대 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도 일본업체들의 자체 생산 중단 및 생산 규모 축소로 LG전자 못지않은 수혜를 입고 있다. 선두경쟁을 벌여온 일본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다양한 모델을 앞세워 해외 신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 결과 올해 세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이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디지털비데오사업부의 신만용 전무는 “지난 20년 동안 주력 수출품목이면서도 시장점유율에서 일본업체에 뒤져 만년 2위였던 VCR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월드베스트 상품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예상하는 VCR 수출물량은 1000만대로 세계 시장점유율 2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그간 부동의 세계 1위 업체였던 일본 후나이보다 100만대 정도 많은 물량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올 연말쯤이면 4700만대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VCR시장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처럼 일본업체들이 사업축소로 내년이면 세계 VCR 시장의 주도권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우뚝선 중국업체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아 한국업체들이 과연 얼마나 이러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과 한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가전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은 VCR 분야에서도 작년말 기준으로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23.2%를 생산, 당당히 세계 1위 생산국으로 우뚝 올라 서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업체들은 한국과 일본에 비해 VCR 핵심 기술이 취약한 탓인지 VCR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지 않고 있다. 실제 세계 VCR시장점유율 상위권은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모두 독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업체는 단 한곳도 랭크돼 있지 않다.
따라서 한국 업체들이 현재와 같이 고부가가치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신규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간다면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 주력하는 일본업체들과 저가 단품모델 개발에 주력하는 중국업체들을 따돌리고 세계 VCR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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