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짜리 백신 구매에 600만원 편성
일부 공공기관의 내년도 소프트웨어(SW) 구입예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책정되고 있어 주무부처의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
관계기관 및 관련업체에 따르면 정통부는 협소한 국내 SW시장에서 업체간 불필요한 경쟁을 막고 공공기관의 SW사업계획과 SW제품 구입을 종합관리하기 위해 SW수요예보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일부 공공기관이 SW구매예산을 편성하면서 실제 시중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예산책정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SW수요예보제 시행기관에 제시한 SW구매계획에 따르면 내년중에 그래픽SW인 포토숍 2개와 홈페이지 제작SW인 나모웹에디터 5개를 구입하는 데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것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제품구매 방식은 처음 사용자용 제품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형식으로 추진된다.
이러한 문화예술진흥원의 SW구입예산은 현재 포토숍이 일반 시중에서 카피당 10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고 나모웹에디터의 경우 소매가격이 8만8000원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해 놓은 것이다.
더욱이 제품구매 방식이 신제품 도입이 아니라 업그레이드판으로 이루어질 경우 아무리 많이 들어도 300만원 이하에서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농업기반공사도 패키지 하나에 100만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포토숍을 3개 구입하면서 예산은 850만원을 책정해 놓고 있으며, 한국냉장의 경우는 세트당 4만∼5만원 하는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1개 구입한다면서 예산은 턱없이 비싼 600만원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통계 프로그램인 SAS를 1개 도입하기로 하고 각종 기능을 포함해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에 살 수 있는 제품의 가격을 4300만원에 구입한다고 수요예보제 시행기관에 통보했으며, 대한주택공사는 데이터베이스 부문에 기타라는 애매한 항목을 만들어 2억7000만원을 들여 데이터베이스 1개를 구입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많은 정부 및 투자기관 등 공공기관이 SW구매계획을 세우면서 실제 시장가격과 현저하게 다른 예산을 편성하고 있어 효과적인 예산운영은 물론 제품을 구입할 때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한 담당자는 “구입SW를 결정하면서 제품의 가격을 실제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요예측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SW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SW수요예보제를 도입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확한 SW사업과 구매계획 정보를 사전에 발표함으로써 SW업체들이 올바른 경영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기관의 안이한 대응이 제도의 본질을 퇴색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정통부의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그동안 관행처럼 해오던 주먹구구식 SW도입예산 편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선 SW수요예보제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실무책임자들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