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내 e마켓 `영업 성적표`-전자신문 조사

 ‘e마켓이 국내 전자상거래(EC)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올한해 국내 e마켓의 영업실적에 대한 총론이다. 비교적 컨설팅이나 솔루션 사업의 비중이 낮은 거래 중심의 47개 e마켓 중 18개 e마켓이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점은 상반기까지 B2B업계를 주름잡던 ‘e마켓 부정론’이나 ‘e마켓 회의론’을 잠재우기에 충분한 결과다.

 조사대상 46개 e마켓들이 확보한 고객사(1회 이상의 구매경험이 있는 고객사)를 기준으로 할 때 올한해 e마켓을 이용한 오프라인 기업은 3000여개가 넘을 것으로 보이며, 이들 e마켓의 매출액을 단순 합산할 경우 1조9000억여원의 거래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국내 e마켓의 올한해 활동은 ‘구매대행 모델의 승리, 오프라인 기반의 B2B 성공가능성’을 재삼 확인시켰다. 거래가 일어나는 대부분의 e마켓은 특정 품목과 업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구매대행 모델이 주종을 이뤘으며, 스틸엔메탈닷컴·애니스틸닷컴·일렉트로피아 등 중계형 모델로 사업을 시작한 e마켓들도 내년에는 구매대행사업을 추가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오프라인 기업이 거래의 효율성을 위해 e마켓을 운영하거나 오프라인 기업을 주주사로 확보하는 등 오프라인 기반을 갖추고 시작한 e마켓들은 다른 e마켓에 비해 시장진입이 수월했다.  

 ◇기업소모성자재(MRO)=아이마켓코리아·엔투비·지티웹코리아·코리아e플랫폼·LG엠알오·MRO코리아·비즈엠알오 등 국내 MRO e마켓은 ‘2001년을 국내 e마켓의 원년’으로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출발부터 대기업들이 주도했으며, 대부분 그룹 중심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친 결과 올 한해 전체 e마켓 거래의 절반에 달하는 1조원 가까운 물량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MRO e마켓은 내년 MRO코리아의 건설부문 신설, LG유통으로부터 LG엠알오의 분할 등의 조직변화도 예상되며, 오프라인 기반의 소싱력 확대와 수출주력 등 올해보다 두배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전자업종=컨버즈·이투오픈·일렉트로피아로 대표되던 전자업종 글로벌 e마켓은 혹한기를 맞았다. 삼성전자·HP 등 세계 15개 IT 대기업이 연합해 만든 컨버즈가 거래부진으로 사실상 문을 닫았고, 이투오픈은 중계 중심에서 협업(컬레버레이션 네트워크)을 지원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변모했다. 전자업종을 대표할 e마켓으로는 정부의 시범사업으로 탄생한 일렉트로피아만이 남았으나, 실질적으로 올 거래규모는 16억원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그러나 일렉트로피아는 온·오프라인 결합을 통한 잉여자산 거래와 구매대행을 결합, 5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및 전자부품=반도체 e마켓들은 올한해 반도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수익이 전년 대비 20∼50% 이상 줄어들었지만 콤포몰닷컴이 업종 최초의 서비스 유료화를 실시, 온라인 사업영역에서 흑자를 올렸다. 반도체 유통업의 최대 업체인 파워컴의 아이씨뱅크는 e마켓 검색엔진을 개발해 국내외 오프라인 기업과 반도체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싸이버디스티는 저가에 반도체 재고를 구입해 이를 회원사에 재판매하는 형식으로 흑자를 올렸다. 오프라인 최대 유통업체 삼테크의 e마켓이 내년초 완성됨에 따라 반도체 경기의 추이에 따라서는 합종연횡도 가시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섬유=타 업종에 비해 온라인 거래가 크게 위축된 한해였다. 섬유산업 성장이 둔화되고 수출도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섬유 e마켓들 중 온라인 거래를 중단하고 솔루션 업체로의 변신 등 다각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곳도 늘었다. 특히 일부 e마켓의 경우 문을 닫는 곳도 있었으며, 비투비코리아처럼 3사가 합병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등 경영의 큰 변화가 잦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화며 수익면에서는 대규모 투자에만 열중했던 지난해에 비해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석유=올해는 석유 EC의 도입기로 시장환경이 조성됐다. 기존의 예스오일·오일펙스·사이버페트롤뿐만 아니라 대형 정유사가 주주로 참여한 오일체인 등의 설립 등 시장에서 경쟁구도도 강화됐다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관련업계는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시장에 비해 거래액 수준이 미미하지만 내년부터는 정유사들의 활발한 e트랜스포메이션 결과로 EC를 통한 거래액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다. 이에 따라 올해에 비해 내년 거래액을 2∼3배 이상 높게 목표로 하고 있으며, 흑자전환 예상 e마켓도 있다.

 ◇의료·의약품=올해 의료 e마켓시장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해였다. 케어캠프닷컴과 메디링스의 거래액 자체도 늘었을 뿐만 아니라 이지호스피탈·닥터연세·메디포유 등 새로운 e마켓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중이다. 이들 e마켓은 아직까지는 대형병원별로 제각각의 공동구매대행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당분간 회원을 늘리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팜스넷과 케어베스트 등 의약품 e마켓은 상반기 매월 거래액이 평균 2∼3배 성장했으나 하반기들어 제약회사들의 약국에 대한 직접 영업이 강화되면서 성장폭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자체 PB제품 개발, 지역 마케팅 개발 등 의약품 e마켓들은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화학=수익성에는 큰 효과가 없었지만 거래액 자체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켐크로스닷컴·켐라운드 등은 자체 주주사들을 통한 영업활동을 활발히 펼쳤기 때문으로 보이고, 특히 켐크로스닷컴은 거래액이나 회원사 확보면에서 세계적인 화학 e마켓과 어깨를 겨룰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켐라운드는 하반기들어 주요 주주사의 오프라인 영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이 올해 가장 큰 성과였다고 보여진다. 중소형 e마켓인 케미즌닷컴의 꾸준한 성장세는 독립형 e마켓으로 특화된 시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준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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