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적 기술유출인가, 아니면 권장할 전략적 제휴인가.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계에 ‘뜨거운 감자’가 던져졌다. 국내 M사 직원 3명이 벤처기업 E사로 전직하는 과정에서 M사의 유럽형이동전화(GSM)단말기 핵심기술을 중국 K사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불똥이 중국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서비스가 임박하고 한국산 GSM단말기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본격화된 한·중 기업간 제휴전선으로 옮겨붙지나 않을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개요=뜨거운 감자에 손을 댄 것은 검찰. 지난 4일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부장검사 황교안)는 국산 GSM단말기 핵심 제조기술을 중국에 유출시켰을 것으로 보이는 공모 혐의자 7명을 적발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등에 의거해 각각 구속 및 약식기소하거나 지명수배했다.
공소 내용은 E사 대표이사와 중국 K사가 M사 핵심 영업·기술인력을 빼내오기로 모의하고 주요 인물들을 영입해 M사의 GSM단말기 인쇄회로기판(PCB)파일과 회로도, 소프트웨어 개발툴 등을 K사에 유출토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즉 중국회사가 한국 벤처기업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기술을 빼내갔다는 혐의가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현재 이동전화단말기 화면상의 각종 사용자 기능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인 MMI 소스코드 유출사범에 대한 색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 K사의 반론=7일 한국 E사와 중국 K사가 각각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E사는 △M사에서 근무했던 3명의 전직 시점에 비춰 기술유출과 관련한 상황을 인지할 수 없었고 △M사 해외연구소에서 유출된 의혹을 받고 있는 MMI 소스코드 역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며 △중국 K사와의 관계도 지분투자에 의한 계열관계가 아닌 전략적 제휴관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E사는 유출혐의를 받고 있는 제반 기술도 제휴관계에 따른 범용기술을 전해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K사도 △한국의 M사와 맺었던 계약을 파기하고 E사와 새로운 관계를 체결한 것은 M사가 공급한 제품의 불량률이 높았기 때문이고 △한국의 검찰이 제기한 기술들은 이미 프랑스, 미국 등지의 회사로부터 기술을 전수한 것이며 △한국 E사에 지분을 투자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현재 K사는 중국 법원에 M사 제품의 불량률로 인한 손실보상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파장과 전망=중국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진출을 추진해온 국내 통신장비업계에 비상이 발령됐다. 자사와 중국기업간 제휴 및 합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누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특히 중국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이동통신장비 경쟁력을 부양하기 위해 중·외 합작의 전제조건으로 ‘기술이전’을 내걸면서 자칫 뜻밖의 기술유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단말기 관련 범용기술과 핵심기술에 대한 경계선을 명확히 긋는 게 선결과제로 등장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당근(기술이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핵심 기술과와 프로그램 노하우까지 전해주는 것은 경계할 일”이라며 “어찌됐든 검찰의 수사와 재판 결과에 시선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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