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타임워너 새 CEO에 현 COO 파슨스 임명

 세계 최대의 미디어 업체 AOL타임워너는 최고경영자(CEO)인 제럴드 레빈이 퇴임하고 후임에 현재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리처드 파슨스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레빈의 사임은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이 완료됐기 때문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그는 내년 초 주총에서 정식 퇴임한다.

 일부에서는 나이와 아들의 피살 등을 들어 퇴임을 예상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의외라는 분위기다.

 “AOL타임워너 합병건을 마무리지은 지 1년이 돼가는 시점에서 후임자에게 성과를 물려주기 위한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AOL타임워너 웬디 골드버그 대변인의 발표나 “회사의 사업방향과 지금까지의 일정에 만족한다”는 레빈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업계에서는 “왜 지금일까”라며 그의 퇴임 배경에 여러가지 설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레빈은 타임, 타임워너, AOL타임워너를 거치면서 테드 터너·스티브 케이스 등과의 경쟁을 버텨내고 미디어 업계 최대 거물로 성장했다. 한때 “그를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AOL타임워너가 들어 있는 뉴욕 록펠러센터가 무너지는 것”이라는 농담이 돌 정도로 회사에 대한 애착이 컸던 그가 쉽게 물러난데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AOL타임워너가 AT&T브로드밴드 인수에 참여하고 있어 합병 귀재의 퇴임에 대한 소문들은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AOL타임워너의 자금줄인 AOL이 부진을 보이고 있어 경영쇄신 차원에서 레빈이 회사를 떠났다는 이유를 제기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AT&T브로드밴드와 후임 파슨스에 레빈 퇴임의 단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파슨스는 미 의회 및 규제당국 등 부시 행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T&T브로드밴드의 인수를 통해 미국 미디어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는 AOL타임워너로서는 ‘확실한 한 방’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레빈을 포기하고 파슨스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레빈 퇴임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레빈은 흔히 ‘빈틈없고, 적의 경계심을 느슨하게 할 정도의 전략을 갖고 있며, 참을성 있고, 매우 정치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레빈이 이미 미국 정계·업계 흐름 속에서 이미 여러 단계의 수를 읽고 스스로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AOL타임워너는 레빈의 퇴임으로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후임자인 파슨스는 그동안 로버트 피트먼과 함께 공동 COO를 맡고 있었지만 파슨스가 CEO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단독 COO로 활약하게 됐다.

 타임워너 출신인 파슨스가 그동안 그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AOL 출신의 피트먼을 제치고 CEO에 발탁됨에 따라 타임워너 출신들의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타임워너 출신들은 합병 이후 계속해서 팽당하는 신세였다. 합병회사의 회장인 스티브 케이스가 AOL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케이스의 심복인 피트먼은 파슨스와 공동 COO를 역임할 때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그러나 AOL 출신들의 영향력도 인터넷 버블 붕괴와 함께 현격하게 감소했으며 이에 비해 타임워너 출신들은 ‘해리포터’로 대박을 터뜨리는 등 전반적인 광고의 감소세에도 비교적 선전해 실지를 회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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