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명저>古文眞寶(文篇)

 * 古文眞寶(文篇) -박일봉 엮음 -육문사 펴냄

 

 ‘大凡物不得其平則鳴. 草木之無聲 風撓之鳴. 水之無聲 風蕩之鳴. 其躍也或激之. 其趨也或梗之. 其沸也或炙之. 金石之無聲 或擊之鳴.(무릇 세상 만물은 무엇인가 평안함을 얻지 못하면 소리내어 우는 법이다. 초목은 본래 아무 소리가 없는 것인데, 바람이 흔들면 소리내어 울게 된다. 물 역시 아무런 소리가 없는 것인데, 바람이 불어 물결을 일게 하니 소리내어 울게 된다. 물이 거슬러 올라 높이 뛰는 것은 바람이 격하게 불기 때문이요, 물이 급히 치닫는 것은 무엇인가가 그 물길을 막기 때문이요, 물이 펄펄 끓어오르는 것은 무엇인가가 뜨겁게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또 쇠와 돌도 마찬가지로 가만히 놓아두면 언제까지고 소리가 없는데, 무엇인가가 이를 두드려 소리내어 울게 하는 것이다.)’

 메모: 인풋(input)이 있어야 아웃풋(output)이 있듯, 모든 일엔 원인과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무심코 지나치는 주변의 현상조차도 나름대로의 결과물이자, 또다른 현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하나의 현상에 부딪칠 때 그 현상 너머를 보며 헤아릴 수 있는 눈, 인자(因子)의 상호 역학관계를 추출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초목이 살짝 몸을 뒤튼다면 바람이 장난치듯 살짝 건드리기 때문이요,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리내 운다면 바람이 짓궂게 계속해서 흔들어대기 때문이듯 세상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탓이다. 태평성대를 구가한다면 흥얼거림과 웃음소리가 드높겠지만 살기가 빡빡하고 인심이 각박해지면 흉흉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신음소리와 울음이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이러저러한 좋지 않은 소리들이 들려올 때 초기에 원인을 규명하고 다독이는 게 ‘지혜’요, 무심히 지나치거나 억압함으로 후에 걷잡을 수 없는 물결로 나타나게 한다면 이야말로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이러한 현상들이 외부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균형이 깨지는 내적인 파열음이나 위험신호 등 심리적, 신체적 부조화와 불안정으로 인해 야기되는 ‘내 안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미리 조처를 취하는 ‘지혜로움’이 아쉽다. 무릇 ‘내 안의 소리’든, ‘내 밖의 소리’든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은 평안함의 부재(不在)를 뜻하므로.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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