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 2·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하이닉스반도체가 3일 합병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형태의 전략적 제휴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공동 발표했다.
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합병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 여부가 한달안에 가시화할 것”이라면서 “마이크론과의 제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상당수 D램 업체가 문을 닫는 등 세계 D램 업계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언론담당 숀 마호니 역시 3일 전자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러 D램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위해 접촉해 왔으며 하이닉스가 공개적 논의를 요청해 와 흔쾌히 응했다”고 밝혀 하이닉스와의 협력 필요성을 확인해줬다.
그는 또 “양사의 협상은 아주 초기단계(very very preliminary thing)이고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해 이제부터 협상을 시작, 한달내에 성과를 내놓겠다는 박 사장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협력은 이르면 이달말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며 협력 내용에 따라서는 세계 D램 시장과 업계에 일대 판도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만이 독주,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위해 공동 협력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두 회사는 구체적인 협의 사항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마케팅 공조 △지분 매각 △자산 매각 △공동 감산 △합병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됐다.
합병을 제외한 협력 방안들은 현실적으로 성사 가능성이 있으며 침체된 시장 국면 전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업계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은 낮은 시너지 효과, 양사의 많은 이해관계자 등의 이유로 낮게 점쳐지고 있으나 박종섭 사장은 “마이크론은 재무구조가 비교적 튼튼하고 하이닉스는 특유의 기술력과 고급 인력을 보유해 상호 협력할 경우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해 합병까지 협의할 방침임을 밝혔다.
박 사장은 특히 중국에 라인을 매각하는 협상과 관련해 “마이크론과의 제휴여부에 따라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당분간 마이크론과의 협상에 전력할 뜻을 내비쳤다.
업계는 두 회사가 만일 합병할 경우 D램 업계는 삼성전자와 이번 합병사의 양자 구도로 정착되며 또 업계의 합종연횡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우선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와 도시바의 합병 작업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의 NEC-히타치 합작(엘피다메모리)과 맞물려 세계 D램 업계는 삼성전자, 마이크론-하이닉스, 인피니온-도시바, 엘피다메모리 등 신 4강 구도가 형성되고 나머지 업체들은 이 구도에 편입되든지 퇴출되든지 하는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종섭 사장은 “협상은 미래진행형이어서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협상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신규자금을 유치해 현금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마이크론과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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