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8번째 맞는 ‘무역의 날’이다. 지금은 그 규모나 중요도가 크게 축소됐지만, 수출지상주의가 한창이던 70∼80년대 당시만 해도 이날의 행사는 국가적 잔치 분위기로 치러지곤 했다.
이 시절 한국무역협회 역시 봉제공장 여공의 철야작업, 원양어선 어부의 목숨건 사투로 일궈낸 수출한국의 열매속에서, 국가경제발전의 일등공신 자리에 안주하며 호사를 누려왔다. 수출입업체를 통해 징수한 각종 부과금과 정부지원금으로 지금의 서울 삼성동 일대 최고의 부동산 재벌(?)이 된 것도 바로 이때다.
시대는 변했다. 국가경제는 갈수록 첨단화되고 IT산업의 무역흑자규모가 우리나라 전체산업 흑자액의 최고 5배에 달하는 ‘디지털’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무역협회가 보여주는 모습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다. 본지 26, 27일자 2면 참조
취임초 김재철 회장이 보여줬던 날선 협회 개혁방안은 무뎌진 지 이미 오래다. 김 회장에게 많은 기대와 찬사를 아끼지 않던 협회 안팎의 목소리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민간기업도 아닌 공익단체가 회장 1인에 의해 모든 정책과 방향이 좌지우지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무역협회는 ‘수출만이 살 길’이던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8만 협회 회원사는 수출입에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협회의 문을 두드렸고 협회는 그들의 듬직한 길잡이가 돼주었다. 협회 임직원의 해외시장조사나 통상협력업무가 있었기에 여공의 땀방울과 원양어선의 만선은 그대로 값진 외화가 될 수 있었다.
바야흐로 세계시장은 인터넷과 IT기술 기반의 신무역환경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른바 e트레이드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무역협회 역시 아날로그적 구각을 벗고 한국 수출역군의 ‘디지털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386컴퓨터에서는 윈도XP를 구현할 수 없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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