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지금 지역 정보화 프로젝트(Wired Up Community)가 한창이다. 정보강국 건설을 위해선 풀뿌리 정보화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해 3월과 10월 총 7개 지역을 정보화 시범마을로 선정하고 1000만파운드를 지원했다. 올해 3월 리버풀의 켄징턴이 처음으로 구축을 완료했다. 내년 3∼4월이면 나머지 6곳도 본격적인 서비스를 실시한다. 영국의 지역 정보화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런던 카펜터스에스테이트=런던의 자치구 뉴햄의 빈민가인 카펜터스에스테이트(Carpenters Estate, 이하 카펜터스)는 전체 인구의 80%가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영국의 대표적인 도시 빈민지역이다. 이 지역주민의 70% 정도가 주택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50% 가량은 소득보조금을 받고 있다.
카펜터스는 지난 9월부터 아파트에 거주하는 4500가구를 대상으로 지역정보화 사업에 착수했다.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인터넷망 구축공사가 한창인 이 지역은 독특하게 세트톱박스를 이용, TV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리처드 터브스 프로젝트 매니저는 “지역특성에 맞는 독창적인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TV를 정보기기로 활용한 이유는 노인이나 저학력 주민 등 정보이용 욕구가 극히 적은 주민들을 지역 정보화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다. TV를 보듯 인터넷을 하다보면 정보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게 프로젝트팀의 설명이다.
고층 아파트가 많은 카펜터스는 플랫과 공공기관, 병원, 커뮤티니센터 등을 1기가비트 속도가 지원되는 광통신으로 연결할 예정이다. 아파트에는 10메가비트의 속도를 지원하는 구내 통신망이 구축되며, 아파트의 각 가정은 세트톱박스를 이용한 인터넷TV나 PC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면 된다. 세트톱박스는 무료지만 인터넷PC는 50파운드의 가격으로 공급된다.
콘텐츠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지역 정보화 구축에 협력하고 있는 도서관, 학교 등이 기존의 자료를 비디오로 재구성해 제공키로 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비디오로 제작, 공개하는 코너도 마련된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경찰서, 병원, 우체국 등 지역 시설의 공개 콘텐츠를 공유할 수도 있다. 술집, 슈퍼, 약국 등과 같은 상점과도 연결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비디오 콘퍼런스를 통해 가정과 학교, 경찰, 병원 등과 확장서비스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리처드 터브스는 “지역주민의 정보화 수준을 고려해 텍스트보다 비디오 포맷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번 지역정보화 프로젝트에는 정부 지원금 130만파운드와 여타 펀드지원금 70만파운드 등 총 200만파운드가 투입된다.
그러나 비디오 포맷을 중심으로 추진하다보니 지역주민들이 정보화보다는 단순 오락물에 접속하는 수단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이번 정보화 사업의 최대 과제 중 하나로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등 지역주민에게 유익한 비디오 프로그램 마련을 꼽고 있다.
◇맨체스터 베스윅=산업혁명의 메카인 맨체스터 동부의 베스윅은 영국에서 세번째로 낙후된 도시빈민 지역이다. 높은 범죄율로 늘 골머리를 앓던 지역정부는 길거리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범죄와 한판 전쟁을 벌이느라 부산하다. 낮은 교육수준과 높은 실업률도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만성적인 문제거리다.
하지만 이 지역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지난 3월 이 지역 4500가구를 대상으로 감시카메라 대신 PC 등 정보기기를 공급하면서부터다. 지난해 10월 정보화 시범마을로 선정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총 220만파운드가 지원될 이 지역은 내년 3∼4월쯤이면 낙후된 범죄마을에서 정보화 마을로 거듭나는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된다.
이 곳 주민들은 여건에 따라 △무상의 세트톱박스 △50파운드 인터넷PC △30∼100파운드 재활용 PC △200파운드 새 PC 등 4가지 정보기기 중 하나를 선택, 인터넷에 접속한다. 단 정보기기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3시간의 정보화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리처드 키틀리 프로젝트 매니저는 “저렴한 가격에 새 PC를 구매하려는 주민들의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며 “PC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된 것 같다”며 걱정스런 말투다. 지난해 영국에서 처음으로 지역 정보화 시범마을로 지정된 리버풀 켄징턴 지역의 일부 주민들이 저렴하게 구입한 PC를 시장에 내다팔아 문제가 야기됐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PC에 일련번호를 매겨 불법유통을 차단할 계획이다.
컴퓨터가 보급된 주민들은 3개월간 전화접속 인터넷 이용요금도 함께 지원된다.
특히 이 지역은 학교를 구심점으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성할 예정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가정에서 PC 등 보급된 정보기기를 통해 학교 및 교육 관련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에 접속하고 e메일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게 된다.
컨설팅업체인 클릭스앤링크스라는 민간기업이 지역 정보화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영국 정부는 주정부에 가이드라인만 정해주고 주정부는 비용절감을 위해 민간업체에 아웃소싱을 준 것이다. 라cj드 키틀리는 “민간기업이 주정부보다 조직이나 비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며 “그만큼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다”고 말했다.
◇블랙번 화이트버크=70년대 섬유산업으로 영화를 누렸던 블랙번의 화이트버크에서는 동양인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당시 영국 정부가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동력이 싼 인도 등 아시아 사람들을 대거 이주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이트버크는 80년대 한국 등 아시아 지역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재패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전체 인구의 54.4%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단순 노동직이 많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 지역 2800가구를 정보화 시범마을로 지정하고 150만파운드를 지원키로 했다. 또 이 지역의 민간단체협의회인 비치(BEACH: Blackburn East Area Community Help)를 사업자로 선정하고 컴퓨터 공급업체와 웹사이트 구축사업자 선정권 등 지역 정보화 사업권을 이관했다.
지난 95년 결성된 후 지역의 현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온 비치가 주민들에게 지역 정보화를 홍보하고 참여율을 높이는 데 가장 적합한 단체라는 게 영국 정부의 설명이다.
비치는 지역주민들의 여건을 고려해 PC를 무료로 공급하고 인터넷 접속요금도 3개월간 지원키로 했다. 유상으로 정보기기를 공급할 경우, 지역주민들의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데렉 에스틸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 지역 정보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빈곤”이라며 “정보기기나 서비스를 최대한 무료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어느 지역보다 사후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주민들이 정보기기를 공급받고도 인터넷 사용요금을 내지않아 정보화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팀은 고민끝에 상점에 선불카드발급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선불카드발급기에 컴퓨터 일련번호를 입력하고 사용요금을 미리 지불한 후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주민들에겐 별도로 플라스틱 선불카드가 지급된다.
또 지역의 파워유저들에게 ‘e챔피언’의 자격을 부여해 지역주민들의 정보화 교육 및 간단한 정보기기 수리를 맡기기로 했다. 지역의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자치의 정보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e챔피언은 인터넷 사용요금 인하 등 여러가지 혜택을 받는다.
이 지역은 의외로 노인들이 정보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데렉 에스틸은 “노인들은 정보기기와 인터넷 보급으로 움직이지 않고도 지역정보를 얻고 자녀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최근 노인들의 정보화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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