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전자광고대상>국내 광고업계 동향

 “우리나라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국내 광고계에 외국인 모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검은 머리에 다소 이국적인 외모를 한 외국인 모델들, 그들이 국내 광고시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외국인 모델 캐스팅이 증가하는 이유는 소수의 빅모델에 광고계가 치우치면서 모델료도 따라서 상승하고 있으며, 다수의 광고를 찍는 모델의 경우 광고 효과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 그러나 무명의 외국인 모델은 일단 시청자들에게 식상하지 않은 신선감을 주고 저렴한 모델료도 광고주에게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 파브 PDP의 새 광고에 이국적인 용모의 매력적인 여성 모델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푸른빛이 감도는 화면 속에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파브 PDP 속에 눕는 그녀를 보고 어디서 나타난 모델일까 모두들 궁금해하는데…. 검은 머리의 그녀는 바로 브라질 여성으로 패션모델 카리나 안드레오(22)다. 파브 PDP CF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최종 2인으로 압축, CF모델 출신의 경쟁자와 최종 경합을 거쳐 선발된 그녀는 우아한 몸매로 파브 PDP의 품격을 한껏 올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파브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주위의 평가와 더불어 그녀를 캐스팅하겠다는 타 광고주의 문의가 들어왔지만, 사실 그녀는 이미 브라질로 떠나고 없다.

 올림푸스는 카메라를 여체의 곡선미에 대비한 작품을 선보였다. 올림푸스는 CF에서 스위스 출신의 아넬리사 마리아 크리스티나를 모델로 기용했다. 이 모델은 유럽인이 가진 독특한 마스크와 각진 어깨, 긴 다리 등 올림푸스 카메라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외모를 지니고 있어 높은 소비자 관심을 이끌어냈다.

 현대 자동차의 투스카니는 흑인 남성의 인체를 통해 첨단 기술과 힘의 결정체인 스포츠카를 잘 표현해 주는 광고를 내보냈다. 400명의 모델 중,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육상선수 출신의 흑인 모델 아미르 바자카를 기용했다. 흑인이 국내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아미르를 기용했는데 제품의 첨단 이미지와 인체의 선을 강하게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외국인 이미테이션 모델도 급증하는 추세다. 소위 임퍼스네이터(impersonator)라 불리는 이같은 기법은 배우나 정치인 등 유명인을 닮은 모델들을 통해 호감도와 친근감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 또 빅모델을 탈피해 새로운 모델전략을 찾는 광고계에 외국인 모델들이 다양한 대안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코미디·가요·영화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던 임퍼스네이터가 최근에는 CF까지 그 활동무대를 넓혀 사람들에게 한층 친밀하게 다가온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임퍼스네이터들은 실제 배우와 외모·행동은 말할 것도 없이 심지어는 서명까지도 흡사하다는 점이다.

 숀 코너리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삼성전자 슬림형 노트북 ‘센스Q’의 광고. 세계 모델 에이전시를 다 뒤져 발굴한 임퍼스네이터가 등장한 이 CF는 비행기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도중 옆자리에 숀 코너리가 동석하는 줄거리로, 소중한 시간을 잡아주는 매개체가 바로 노트북 센스라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는 표현한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광고 ‘클린턴’ 편은 퇴임 후 지루한 하루를 보내던 클린턴이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다이내믹한 재미를 맛본다는 상황설정을 통해 스카이라이프만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앞서 스카이라이프는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마릴린 먼로, 존 F 케네디 등을 등장시켰다.

 기존에도 이러한 임퍼스네이터를 활용한 CF들이 있었다. 한 감기약 광고에서 사용한 찰리 채플린, 대우자동차 ‘마티즈’ 광고의 미스터 빈, 기아자동차 ‘슈마’의 광고에 등장한 영국 다이애나비 등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보스’ 캔커피에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나와 화제가 됐고, 이탈리아에서는 한 신발 브랜드 광고에 교황이 등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임퍼스네이터의 등장이 풍자와 희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위트와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다는 사회적인 메시지 또한 임퍼스네이터를 찾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국내 광고계를 강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조류는 바로 블록버스터다.

 블록버스터라 하면 당연 극장가부터 떠오르지만 최근에는 광고계에서도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3D 블록버스터 CF가 잇따라 선보이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3D 블록버스터의 열풍이 가장 강하게 불고 있는 곳은 역시 초고속 인터넷 시장.

 KT 메가패스는 품질의 우수함에 대한 자신감과 일본을 누르고 인터넷 강국으로 자존심을 지키자는 국민적 희망을 최첨단 3D로 무장한 ‘해전’ 편을 통해 보여준다.

 메가패스 광고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최첨단 미래형 거북선으로 영화 ‘제5원소’의 특수효과 담당자들이 2개월에 걸쳐 3D작업을 통해 만들어낸 컴퓨터 그래픽의 결정체다.

 특히 치열한 해전 폭파 장면은 기존의 물 소스에 3D 작업을 하고, 폭파 장면을 따로 합성하는 고난이도의 작업으로, 제작기간 두달에 비용도 1억7000만원이 소요됐다.

 하나로통신도 초고속 인터넷 통합 브랜드인 ‘하나포스’를 출시하고 화려한 ‘3D 빛’이 돋보이는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단기간에 하나포스라는 브랜드 이름을 각인시키기 위해 ‘여왕의 대관식’이란 소재를 선택했고 보다 강렬한 충격을 주기 위해 3D 작업으로 화려한 빛을 제작했다.

 두루넷 멀티플러스는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광고로 멀티미디어 인터넷까지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광고를 제작했다. 정우성의 몸에서 화려한 3D 광선이 뿜어져 나와 정우성의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빛 역시 정성스럽게 제작된 3D 빛이다.

 SK텔레콤의 싱크로드 CF에서 화려한 광선을 타고 신나게 웹서핑을 하는 장면은 SF영화 ‘백 투 더 퓨처 2’를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한 3D가 돋보인다.

 제일기획 안재범 차장은 “광고는 성공한 영화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힘든 시기에 시원하고 통쾌함을 주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관객의 인기를 얻으면서 이런 경향이 광고계에도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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