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이동전화단말기용 범용가입자확인모듈(USIM)을 비롯해 전자주민증·건강보험카드·복합신용카드 등의 도입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스마트카드용 IC시장이 ‘국산 우선’과 ‘외산 허용’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 혼선을 거듭하면서 자칫 시장 자체를 외국에 내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카드업체들은 ST마이크로·인피니온·히타치·필립스 등 해외 반도체업체들의 카드칩을 공급받아 양산준비에 나섰다. 이들은 아직까지 △국산 칩이 안정성이 부족하고 △기술력이 떨어지며 △가격도 높아 저가에 선진기술의 이전까지 가능한 외국 업체들의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전자주민증·건강보험카드 등의 도입을 준비하는 정부 및 관련 단체에서는 보안문제 등을 들어 되도록 국산 칩을 탑재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경쟁력·시장성 등을 들어 일부 품목에만 초점을 맞춘 채 본격 시장 진입은 미루고 있다. 이에 따라 이해가 엇갈리는 업계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정지작업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된다.
◇시장논리 앞세운 카드업체들=스마트카드 및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들은 국산 칩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글로벌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비접촉식과 접촉식이 혼합되고 EMV 등 국제 규격을 인증받아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데 기술력이 떨어지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제품을 쓰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또 외국 업체들은 상당수 시장 경험이 있고 양산 단계여서 가격경쟁력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업체 한 관계자는 “국산 칩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알고리듬 및 운용체계(OS) 등 응용SW가 기술이 관건”이라면서 “원가와 기술 등에서 경쟁력 있는 부품을 구매하는 것은 시스템업체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보안·안보 내세운 정부 및 단체들=전자주민증·건강보험카드의 도입을 준비하는 관련 기관에서는 국민의 정보가 하나로 통합돼 관리되는 만큼 보안유지나 안보확보 차원에서도 국산 기술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 등 스마트카드 선진국들도 대부분 자국 칩에 자국 업체들의 보안SW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용·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
당장 가격과 품질에 문제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산 솔루션을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문제와 달리 외산 종속은 치명적이라고 보고 있다.
◇눈치만 보는 반도체업체들=반도체업체의 입장은 또 다르다. 정부가 전자주민증을 도입하겠다고 한 것도, 의료보험공단이 건강보험카드를 만들겠다고 한 것도 수년이 넘은 얘기지만 아직도 세부규격이나 시행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 또 교통카드의 규격이 지역마다 다르고 전자화폐나 신용카드도 컨소시엄별로 각개 격파하고 있어 이를 모두 지원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3세대 단말기용 USIM에 초점을 두는 반면, 타 분야에는 기술개발을 준비하면서 시장진입시기를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카드용 IC시장이 전자상거래의 도입 등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도 시장이 초기단계의 혼란상황”이라며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이같은 부담을 안고서라도 초기에 진입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 업체에 내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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