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제조업의 적신호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영업 현황은 10년 만에 최악이다.”(한국은행)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업체 가운데 20%(137개사)가 자본잠식 상태다.”(증권거래소)

 “올해 한국의 경제적 자유지수는 세계 156개국 가운데 38위로 지난해보다 9계단이나 하락했다.”(미국 헤리티지재단)

 요즘 국내외에서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자료를 보면 국내 제조업체의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재삼 느낀다. 한번 켜진 적신호가 꺼지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밝아지다 보니 제2의 IMF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1740개 제조업체의 6월 말 기준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중(6.9%)이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하락하는 등 지난 91년 상반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 급락세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상이익이 지난해보다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정보통신업체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면서 전체 이익률 하락을 부추겼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비중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은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제조업의 위기국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미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상장업체를 대상으로 했던 증권거래소 조사결과도 예외는 아니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업체 가운데 무려 20%(137개사)가 자본잠식(회사의 누적 적자가 심해 잉여금을 다 쓰고 납입자본금을 까먹고 있는)상태고 이 가운데 절반(71개사) 가량은 자본전액 잠식상태라고 한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최근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2002년 경제자유지수(IEF)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한국의 경제적 자유지수가 세계 156개국 가운데 38위로 지난해보다 9계단 하락했다고 밝힌 헤리티지재단은 총평을 통해 한국은 지난 97년 말 경제위기 이후 회복에 성공하면서 지난 99년과 지난해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나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개혁이 주춤하고 있으며 다시 개혁이 가속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또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과 투자절차의 복잡함, 기업투명성 부족 등이 외국인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2년여 만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트리플B(BBB)에서 트리플B+(BBB+)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외환위기로 인해 B+까지 추락했던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투자적격 최하위보다 2단계 높은 단계로 올라갔다.

 미국 테러사태 등으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갔다는 것은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완전히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에 올라간 등급이 외환위기 이전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인 AA-보다는 4단계 낮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관이 힘을 모아 경제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기대보다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사퇴함에 따라 여당 출신 정치인이 장관으로 있는 부처 등 내각 전반에 걸쳐 큰 폭의 물갈이가 예상되자 줄서기와 눈치보기에 급급하는 예전의 병폐가 또다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우려하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세도 부리기와 탁상공론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도 완전히 해결된 것 같지는 않다. 세상이 한참 바뀌었는데도 옛날 잣대로 기업을 규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 상의 회장의 말처럼 업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다.

 애매모호하게 규정된 기업관련 법이 적지 않고 규제 때문에 숨이 막힐 정도라고 아우성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규제개혁이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고만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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