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경영혁신 `진퇴양난`

 정부가 내년도 출연연구기관의 인건비를 올해 5대 경영혁신의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국회에서 출연연의 경영혁신 자체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나서자 예산배정을 주도하던 기획예산처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더욱이 최근 개최된 국회 정무위원회 상임위와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 ‘출연연의 경영혁신 평가기준은 법률위반이고 연구역량에 대해 평가 비중을 크게 두고 이를 인건비 상승률과 연계시키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경영혁신 평가방법=기획예산처가 출연연에 요구한 경영혁신 과제는 크게 4가지다. 부담금부문에서는 복지기금·노사협력비·직장인 보장보험·의료비 보상·경조사비 등의 폐지, 휴가부문에서는 병가·공가·청가 외 일체의 비법정 휴가 폐지, 연월차 공제식 토요격주휴무제 실시, 연월차 휴가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연월차 휴가 일수보다 단축운영 등을 요구했다.

 또 연월차 수당은 지급 기준·일수를 근로기준법보다 축소운영하는 안을 제안하고 있으며, 학자보조금은 완전폐지 또는 제한적 무상융자로 기준을 정해놨다.

 ◇인건비 배정 어떻게 했나=기획예산처는 출연연의 4대 경영혁신 이행실적에 따라 최고 A에서 최하 D까지 4개 등급으로 나누고 인건비를 최대 7% 인상에서 최저 동결까지 4단계로 차등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예산 절감분 중 일부는 이미 마련한 ‘연구활성화대책비’에 추가계상해 연말까지 경영혁신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경영혁신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항공우주연·화학연·지질자원연·해양연·건설기술연 등 5곳은 내년 인건비가 동결된다. 또 4대 경영혁신을 달성했으나 2개 항목의 달성 정도가 미흡한 과학기술정책연·과학기술정보연 등은 C등급을 받아 기본 인상률보다 2%포인트 낮은 3%가 인상된다. 경영혁신 미흡 정도가 1개 이내로 B등급을 받은 원자력연구소·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학재단 등 과기부 산하 3개 출연연과 기계연·천문연·전자통신연·전기연·표준과학연·생산기술연·과학기술연·생명공학연 등 총리실 산하 과기계 출연연 10곳 등 모두 13곳은 기본 인상률 5%가 적용된다. A등급을 받은 기초과학지원연·정보통신정책연·과기원·고등과학원·광주과기원·원자력안전기술원 등 8개 기관은 기본 인상률보다 2%포인트 높은 7%가 인상된다.

 ◇문제점 및 전망=국회에서 문제점으로 제기한 것은 기획예산처가 연월차휴가 일수 및 수당을 축소운영토록 유도하는 평가기준으로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특히 총리실 산하 5개 연구회는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연구실적 및 경영내용을 평가받고 있음에도 기획예산처가 재평가한 것은 중복평가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출연연 관계자는 “최근 감사원이 42개 출연연의 경영혁신과 관련된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며 “출연연에 대한 정부 출연금 인건비 예산지원 비율을 70% 수준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개혁을 취소하면 산하 기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며 “자칫 이번 사태가 정부 개혁의 후퇴로 비쳐져선 안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또 “근로기준법상 연월차휴가는 현재 출연연 가운데 누진제를 시행하는 기관이 있어 예산 반영이 되지 않는 권장사항으로 주문하고 있고 토요격주 휴무제를 시행하면서 체육행사 등으로 대신하는 경우는 없애야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연말까지 출연연의 추가 경영혁신 달성 정도에 따라 인건비가 상당부분 보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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