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여름 AMD가 애슬론(Athlon)을 처음 출시한 이후 CPU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인텔의 독무대이던 CPU 시장에 AMD가 애슬론을 앞세워 인텔의 아성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작년 2월에는 인텔과 AMD의 ‘1㎓ 넘기’ 경쟁에서 AMD가 간발의 차로 선수를 빼앗으면서 AMD의 기세는 더욱 높아졌다. 이 때는 이미 대부분의 주기판 제조사가 AMD 기반의 제품을 출시해 ‘CPU=인텔’이라는 공식을 ‘CPU=인텔 또는 AMD’라는 새로운 공식으로 변화시켰다.
이후 한동안 AMD와 인텔은 각각 소켓형 애슬론(개발코드명 선더버드)과 소켓형 펜티엄Ⅲ로 경쟁하다가 인텔의 펜티엄4와 AMD의 애슬론XP를 계기로 다시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이다.
인텔이 펜티엄4를 위한 메모리로 듀얼 채널의 램버스 D램을 채택한 반면 AMD는 한동안 일반 SD램을 고집하다가 얼마 전부터는 DDR SD램을 채택한 좀 더 강력해진 플랫폼을 함께 사용하게 됐다.
현재 AMD 프로세서를 지원하면서 DDR SD램을 채택한 칩세트는 이미 여러 종류 나온 상태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제품은 비아(VIA)의 KT266A와 새롭게 주기판 시장에 뛰어든 엔비디아(nVIDIA)의 엔포스(nForce) 칩세트다. 이번 벤치마크는 비아의 아폴로 칩세트를 채택한 주기판과 엔비디아의 엔포스 칩세트를 채택한 주기판을 비교분석한다.
이미 많은 주기판 칩세트를 출시한 인텔이나 AMD·SiS·ALi 등의 새로운 칩세트라면 이전 제품보다 조금씩 좋아졌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지만, 완전히 처음으로 칩세트를 만들어낸 제조사의 제품이라면 도무지 예상할 수 없다. 다만 엔비디아는 그동안 그래픽 칩세트 제조에 있어서는 그 기술을 인정받아왔고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다른 칩세트에 비해 아주 떨어지는 제품을 함부로 들고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따름이다.
주기판 칩세트가 새로 나왔다고 해서 같은 프로세서를 사용하면서도 폭발적인 성능향상을 가져온다고 기대하면 오산이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만들어낸 사람이 천재이거나 지금까지의 제조사들이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엔포스도 역시 폭발적인 성능향상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성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엔포스 칩세트 주기판은 대부분의 컴퓨터 관련 신제품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출시되는 일본에서조차 아직 판매되지 않은 신제품이다. 따라서 드라이버 최적화는 모자란 편이다. 차후 업데이트로 안정성과 성능에서 더욱 만족스러운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T266A 역시 그동안 비아가 KT266을 내놓은 후 AMD 플랫폼에서 DDR SD램의 성능이 기대 이하라는 비난을 뒤엎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성능을 보인다. 또한 KT266A 칩세트는 이미 거의 모든 주기판 제조사에서 이미 출시를 했거나 출시를 서두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적인 면에서도 엔포스 칩세트 주기판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테스트 결과 엔비디아가 자랑하는 DASP(Dynamic Adaptive Speculative Pre-processor)와 트윈뱅크 메모리 구조는 허풍이 아니었다. 여기에 5.1채널과 돌비디지털을 지원하는 사운드 기능, 별도로 판매되는 그래픽카드에 비해 손색없는 내장 VGA 칩세트, 만족스러운 네트워킹 등 진정한 통합 주기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벤치마크 제품으로 선정된 MSI로서는 세계 최초의 엔포스 주기판을 출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AMD 진영에서 큰 인지도 향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엔포스에 남은 과제는 두가지다. 하나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호환성이다.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면 많은 사용자들이 수많은 장치와 함께 사용하면서 호환성에 대한 점수를 매기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장치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엔비디아의 이미지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그동안 기다려온 사용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게 될 것이다.
또 가격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아직 정확한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본의 소식과 국내에서의 정보에 의하면 초기 시장가격이 2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만원 초반대이라면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훌륭한 성능을 내는 제품으로 그리 비싼 편은 아니지만 20만원 중반을 넘어서면 부담을 느끼게 되고 30만을 넘어서면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런 과제만 해결된다다면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시장에 이어 주기판 시장에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엔포스가 성공한다면 엔비디아는 물론 결과적으로 AMD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고 볼 수 있다. AMD로서는 자사의 AMD761 칩세트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한 비아와 함께 엔비디아라는 원군을 얻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CPU 시장에서 AMD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분석=원수연 raven@kbench.com>
◆제품 리뷰
★MSI K7T266프로2
-이 제품은 비아테크놀로지의 아폴로 KT266A 칩세트를 사용해 만든 주기판이다. 비아테크놀로지는 주기판 칩세트 제조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사이릭스와 인텔 호환 CPU인 윈칩(Winchip)을 만들었던 업체를 인수해 C3 CPU를 만드는 제조사이기도 하다. 비아는 인텔과 AMD CPU용 주기판 칩세트를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폴로 KT266A는 AMD용 주기판 가운데 최상위 기종에 속하는 것이다.
아폴로 KT266A는 이전 모델인 KT266에서 메모리 성능을 더욱 높인 제품으로 싱글 채널의 DDR SD램과 함께 SD램까지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폴로 KT266A는 AMD의 애슬론과 애슬론XP, 듀론(Duron) 등 462핀의 소켓A 프로세서를 모두 지원하며 200·266㎒ FSB를 지원한다.
★MSI K7N420프로
-엔비디아 엔포스 칩세트를 사용해 만든 세계 최초의 주기판이다. 저가형의 TNT2 M64부터 고급형의 지포스3까지 현재의 그래픽 칩세트 시장을 석권한 엔비디아는 새로이 주기판 칩세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 첫번째 출시작이 바로 크러시라는 개발코드명으로 불리던 엔포스다.
엔포스 칩세트는 트윈뱅크 메모리 구조(TwinBank Memory Architecture)라는 128비트 메모리 대역폭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엔포스는 AMD CPU 사용자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다. 엔포스 칩세트를 채택한 최초의 주기판은 MSI의 K7N420 프로가 차지했다. 이 제품은 세계 주기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업체나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업체보다 한발 앞서 출시된 것으로 엔포스 칩세트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엔포스 철저 분석
현재 주기판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엔포스다. 주기판 칩세트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인 만큼 비아나 SiS, ALi 등에 비해 차별화된 부분이 필요하다. 엔포스의 성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엔포스의 등장은 올해 6월 대만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타이베이’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엔포스를 공식 발표했다. 물론 이 때는 엔포스 칩세트를 채택한 주기판은 없었다.
엔포스 칩세트는 인텔의 허브 구조나 비아의 V링크와 비슷한 형식을 취한다. 엔포스는 IGP(Integrated Graphics Processor)와 MCP(Media and Communications Processor)로 이뤄져 있다.
IGP는 CPU/메모리 인터페이스와 내장 그래픽 코어가 통합됐으며, MCP는 ATA100 IDE 컨트롤러, USB, 네트워크 컨트롤러와 돌비디지털 5.1을 지원하는 오디오 컨트롤러 등이 내장돼 있다. 이 두개의 칩은 AMD의 하이퍼 트랜스포트를 채택해 초당 800MB의 속도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엔포스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은 바로 메모리 구조다. 독립적인 두개의 64비트 DDR SD램 컨트롤러를 내장함으로써 128비트 메모리 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에서는 이를 트윈뱅크 메모리 구조라고 한다.
하지만 메모리 슬롯 하나로는 작동하지 않는 펜티엄4용 850 칩세트와는 달리 하나의 메모리 모듈로도 작동한다. 물론 이 경우에는 128비트가 아닌 64비트로 작동한다. 128비트 DDR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엔포스 420D 칩세트에서 지원하고, 보급형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엔포스 220 칩세트에서는 64비트 DDR 메모리 인터페이스만을 채택한다.
엔포스 220이 엔포스 420D와 다른 점은 메모리 인터페이스 이외에도 돌비디지털 5.1 오디오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다.
항상 새로운 칩세트가 출시되면 초기에 애를 먹이는 것이 바로 호환성이다. 대표적으로 비 인텔 계열 칩세트에서 자주 문제가 발생한다고 알려진 TV수신카드를 테스트했다. 테스트에 사용한 TV수신카드는 시그마컴의 사이버 TVⅡ였으며, 여기에 사용된 칩세트는 커넥선트(Conexant)의 퓨전878A다. TV수신카드 드라이버 설치 후 사용시에는 비아의 KT266A와 엔비디아의 엔포스 모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정지 이미지와 동영상 캡처 역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TV수신카드의 호환성은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픽카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엔포스의 내장 그래픽 성능과 비교하기 위해 별도로 지포스2 MX를 설치했는데 3차원 게임과 3D마크 2001을 실행하자 시스템이 완전히 멈추는 현상이 나타났다.
테스트에 사용한 그래픽카드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다른 두개의 그래픽카드를 번갈아 테스트했는데 동일한 증세를 보였다.
내장된 그래픽 칩세트가 지포스2 MX 기반의 코어이기 때문에 AGP 슬롯에 VGA카드를 설치, 자동으로 내장 그래픽 칩세트가 충돌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결국 엔포스 주기판에서는 지포스2 MX 그래픽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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