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분야` 임원이 없다

 기업의 신경영 도입 확대와 함께 전략적인 분야로 떠오르는 물류·보안·IT아키텍처·고객관계관리(CRM) 분야의 최고책임자 양성이 시급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정보(CIO)·기술(CTO)·재무(CFO)·마케팅(CMO) 등 분야에서는 최고임원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 확산되고 있지만 선진 외국 기업들이 전략적인 분야로 비중을 높이고 있는 물류·보안·IT아키텍처·CRM 등의 분야에서는 담당임원 없이 소수의 실무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거나 그나마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함께 맡는 형태로 구색 갖추기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 보유 자체가 이들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략적인 분야에서 전문 임원급을 양성하고 배치하는 것이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수립과 운영관리를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외국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경우 물류나 IT아키텍처 같은 부문에서 상당수 기업들이 CLO(Chief of Logistics Officer)와 CSA(Chief of Software Architect)라는 최고 담당임원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 출신이 사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해당기업의 CEO로 올라서는 경우도 많다. 월마트는 현재의 CEO가 CLO 출신이며 e토이스는 CLO가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을 정도로 물류의 전략적인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기업의 경우 물류가 중요한 유통업체 중에서도 물류 전문임원이 있는 기업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대부분 차장이나 부장급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과장급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물류부문이 발전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IT아키텍처 부문에서도 외국과 국내 상황은 사뭇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빌 게이츠 회장이 CSA를 직접 맡고 있을 정도로 IT아키텍처의 중요성이 크지만 국내 기업 가운데 CSA를 두고 있는 기업은 한곳도 없다. 특히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공공 정보시스템 프로젝트시 IT아키텍처 수립을 의무조항으로 하고 있어 CSA를 두지 않고서 공공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힘든 구조를 지니고 있다.

 고객관리나 보안분야도 마찬가지다. 캐나다로열뱅크 등 외국 선진기업들은 각각 CCO(Chief CRM Officer 혹은 Chief Customer Officer)와 CSO(Chief of Security Officer)를 두고 이 분야만을 위한 전문 정책이나 지속적인 운영관리를 전담토록 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에서 물류나 IT아키텍처 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CRM시스템을 구축해도 지속적인 운영관리 미흡으로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분야에서 전문 임원을 전략적으로 양성하고 배치하지 않을 경우 문제발생 후 땜질, 일회성 정책을 남발하는 시스템적 악순환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들 분야에서 선진기업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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