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시장 짝짓기 `열풍`

 세계 스토리지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넷 데이터 처리량의 폭증으로 그동안 호황세를 구가해온 세계적 스토리지 업체들이 경기침체 직격탄에 비틀거리면서 이의 돌파구로 다른 업체와 잇달아 손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 올 하반기 들어 벌써 6월초의 마이크로소프트-히타치 제휴를 비롯해 히타치-선마이크로시스템스(8월), 델컴퓨터-EMC(10월), 컴팩컴퓨터-EMC(11월) 등 4건의 굵직굵직한 동맹전선이 잇달아 생겨났다.

 또 이들 연합세력과 성격이 다르지만 이달초 컴팩컴퓨터와 IBM도 자사의 스토리지 사업 강화라는 명목하에 15개월간 유지해온 밀월관계를 청산하기도 했다.

 10여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세계최대 스토리지 전문업체 EMC는 핵심기술 중 하나인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운용체계와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를 타업체(컴팩컴퓨터)에 개방, 서로 공유하기로 하는 등 새 바람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가장 최근의 컴팩-EMC 제휴는 컴팩이 IBM과의 15개월간 제휴를 종식한 지 불과 며칠후에 터져 나와 스토리지 업체들의 긴박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EMC-컴팩 API 공유 합의=미국 매사추세츠주 홉킨턴에 본사를 둔 EMC는 지난주 컴팩컴퓨터와 상호간의 스토리지 API를 공유하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제휴로 일단계로 EMC의 고성능(하이엔드) 스토리지 제품인 ‘시메트릭스’의 API를 컴팩에 제공하고, 대신 컴팩도 자사의 ‘HS G80’ 모듈 스토리지 시스템 API를 EMC에 공개하기로 했다. 양사는 앞으로 2단계 조치로 EMC의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인 ‘클라리온’의 API도 컴팩에 제공할 예정이며 컴팩도 자사의 톱엔드 스토리지인 ‘엔터프라이즈 버추얼 어레이’의 API를 EMC에 개방할 예정이다. EMC의 이번 움직임은 이 회사의 ‘컨트롤 센터’ 소프트웨어를 다른 업체의 스토리지에서도 사용하게 한다는 이른바 ‘와이드 스카이’ 전략의 일환이다. EMC는 컴팩외에 IBM에도 API 공유를 제안했지만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MC-델 스토리지 판매 제휴=지난달 말 양사는 스토리지 판매와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으로 세계최대 PC업체인 델은 향우 5년간 EMC의 미드레인지 스토리지인 ‘클라리온’을 판매함과 동시에 EMC의 미 정부 수요 공략을 위한 판매처 역할도 하게 된다. 또 델은 EMC의 ‘클라리온’ 설치 및 판매를 위한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EMC는 저가 제품 생산으로 유명한 델의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시장 확대에 한층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선-히타치 제휴=지난 8월 최대 유닉스 서버업체인 선은 EMC·IBM 등 경쟁업체를 제압하기 위해 히타치의 미국 계열사인 히타치데이터시스템스와 협력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선은 히타치의 하이엔드 스토리지인 ‘프리덤 스토리지 라이트닝 9900’을 선의 브랜드(모델명 스토어에지 9900)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각 회사의 스토리지 소프트웨어(선의 스토리지 관리 등)도 서로 판매하고 배급할 수 있게 했으며 아울러 차세대 스토리지 제품 개발을 위한 공동센터도 설립키로 의견 일치를 봤다. 

 당시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선이 자사의 하이엔드 서버 고객을 대상으로 하이엔드 스토리지까지 영업에 나설 경우 EMC 위주로 형성된 스토리지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히타치는 HP와도 스토리지 판매 제휴를 맺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히타치 스토리지 분야 협력=지난 6월초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정보기술(IT)시장에서 유망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데이터 스토리지 사업을 위해 히타치와 제휴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당시 새로운 스토리지 개발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버와 히타치의 ‘샌라이즈’ 스토리지를 결합, 공동 판매키로 했다. 히타치의 스토리지 분야 매니저 기무라 이쿠오는 “그동안 스토리지 서비스 제공업체가 주요 고객이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분야를 상대로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세계 스토리지 시장의 규모는 340억달러였다”고 말하며 “올해는 이것이 390억달러, 그리고 2003년에는 48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BM-컴팩 15개월 협력 종식=양사는 작년 6월 맺은 상호간의 데이터 스토리지 판매 협약을 종결키로 했다고 이달초 밝혔다. 당시 양사는 IBM이 컴팩의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 시스템인 ‘모듈러’를 판매하고, 컴팩은 IBM의 대형 스토리지 ‘샤크’를 판매하기로 합의했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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