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린 국장석부장 crwon.@etnews.co.kr
뉴욕 양키스구장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4, 5차전에서 김병현 투수가 9회말 홈런을 맞고 역전패당했을 때 우리 국민과 뉴욕 시민이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김병현 그 자신에게 있어 4, 5차전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병현을 응원한 우리 국민도 같이 가슴아파하면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팀의 패배를 안타까워했다. 더구나 가을 끝자락에서 벌어지는 우리 현실들이 너무나 암울하기에 일부는 김병현의 역전홈런에서 우리 미래의 암담함을 맛봤을 정도였다.
하지만 뉴욕의 상징인 무역센터건물이 비행기테러로 무너져 내렸을 때 깊은 절망감을 맛봐야 했던 뉴욕 시민은 동양에서 온 작은 체구가 주연한 극적인 드라마에서 위안을 찾았다. 오죽했으면 LA타임스는 스포츠면 톱으로 이를 기사화하면서 ‘한 곳에 두 번 벼락이 떨어졌다’는 제목으로 김병현의 불운을 동정했을까.
이처럼 이제 스포츠는 단순히 볼거리만을 주는 놀이가 아니다.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적 삶의 연결고리를 제공하면서 절망감에 빠져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추슬러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 사회 모든 것이 나사가 풀린 채 움직이고 있다. 서민들은 칼날 위를 걸어가는 불안감으로 가슴을 조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그래도 그나마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 줄 수 있는 것이 200여일 남짓 남아 있는 ‘2002 월드컵’이다. 그런데 지금 월드컵을 유치했을 당시의 열정은 간데 없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2002년 월드컵의 정확한 개최시기를 모르고 있을 정도로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의지가 없는 실정이다. 이래서는 월드컵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이번 월드컵은 우리에게 있어서 단순히 축구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월드컵은 여러 가지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기반시설 투자 등으로 생겨난 가시적인 생산 유발과 함께 관광수입증대 등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마케팅 타킷이 정확한 월드컵은 올림픽 이상의 효과가 있다. 한 예로 88서울올림픽에서 국내총생산(GNP)의 0.4%인 1조800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함께 33만명의 고용효과를 거뒀다. 일본과 공동개최로 그 효과가 반분됐지만 그래도 올림픽 이상의 경제적 및 고용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월드컵은 연인원 41억명 정도가 TV를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가 인지도 제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월드컵의 의미는 단순히 이것만이 아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분야에서 월드컵이 새로운 도약대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우선 이달부터 방영된 HD급 디지털방송의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전문가들은 디지털방송의 정착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콘텐츠의 부족을 들먹이면서 디지털방송에 적합한 콘텐츠가 스포츠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 월드컵이 열릴 경우 디지털 방송의 부족한 콘텐츠를 상당부분 보완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단말기의 보급과 함께 디지털방송의 정착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월드컵은 정보통신분야에서도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이미 IT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당대 최고의 컴퓨터기술이 활용될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디스플레이·인터넷 등에서 첨단기술들이 선보였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우리가 준비중인 IMT2000이 처음 선보이게 될 전망이다. 우리 IT업체들은 월드컵에서 새로운 IT기술을 선보이면서 세계무대로 뻗어 나가는 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이 암담한 지금, 월드컵은 새로운 IT미래를 열면서 경기침체를 극복해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월드컵은 우리에게 있어서 단순히 축구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0여일 남짓 남은 지금, 월드컵에 대해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단순히 축구이벤트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월드컵 이벤트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월드컵에 1년 예산을 모두 쏟아붓는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 주면서 새롭게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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