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중국 `WTO 가입 이후`](4/끝)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중국의 WTO가입을 앞두고 국내 전자정보업체들의 대중국 투자 행보가 한층 빨라지고 있으나 그만큼 새로 부딪히는 문제도 많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자금으로 현지업체와 합작하는 투자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WTO가입으로 현지자금의 조달과 단독투자가 확대돼 선택의 폭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판단해야 할 변수가 많아지면서 고민도 많아진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에 더욱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총론에선 이의가 없으나 각론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가 새로 생겨나 이전보다 투자를 결정하는 게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WTO가입 이후 중국의 투자환경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이를 위한 정보수집이 국내업체들에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중국정부의 정책이 아무리 이랬다 저랬다 한다고는 하나 WTO가입 이후의 방향만큼은 뚜렷하다. 그런데도 국내업체의 고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시장과 정책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중국 전문가들은 바로 이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합자투자냐, 단독투자냐

 중국에 대한 투자붐이 일면서 중국의 외국인투자정책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이 최근 개정한 외국인투자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외환수지 균형의무 삭제 △중국내 우선구매원칙 삭제 △수출의무 삭제 등이다. 10여년만에 이뤄진 이번 개정은 그동안 변화된 중국의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며 동시에 향후 중국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책방향을 시사해 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외국인투자법 개정으로 외자기업은 기본적으로 경영활동과 관련된 제약조건들의 완화로 보다 나은 제도적 환경을 맞이하게 됐다. 비록 조항들이 사후 추인하는 성격이 강한 것은 사실이나 제도적인 투명성이 매우 높아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번 개정으로 외국인의 대중국 투자는 현 주류인 합자투자에서 점차 단독투자 형태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합자투자는 중국과 외국의 자본이 공동투자해 경영하는 방식이다. 이와 별개로 합작투자도 있다. 이는 공동투자하되 투자자의 권리와 의무를 출자금액에 따라 배분하는 게 아니라 투자가들이 융통성있게 조절하는 방식이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지난 92년의 경우 합자기업이 50%로 가장 많았으나, 이후 합자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독자기업의 비중이 늘어나 98년 이후 단독기업의 투자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해 합자·독자·합작기업의 비중은 각각 32·54·13%를 차지했다.

 중국의 WTO가입으로 이같은 독자투자의 형태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최근 중국의 WTO가입과 관련해 기존의 합자투자를 단독법인화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중국투자와 관련된 비합리적인 조항들이 폐지됐고 현지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내기업들이 단독이냐 합자냐를 선택하는 데 고민하고 있다. 두 투자방식의 장단점은 당분간 그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업체의 경우에는 아직도 합자의 형태가 유리하다. 괜찮은 중국파트너를 만나면 우선 내수시장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흔히 거론되는 ‘관시’도 이용할 수 있다. 합자투자야말로 중국이 지역별로 자기 구역내 기업들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다는 것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단독투자는 중국정부의 지원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중국정부의 과실송금에 대한 규제도 아직은 남아 있어 당장 실익이 없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 단독투자는 의사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다는 장점과 현지 외국투자에 대한 규제완화에 힘입어 더욱 득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방식에 대한 국내 전자업체들의 고민은 점차 단독투자시점을 언제로 잡는 게 좋으냐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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