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바닥쳤나.’
이달들어 메모리 가격 바닥을 암시하는 여러 징후가 나타나면서 가격상승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렇지만 계절적 특수에 따른 일시적인 호전일 뿐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당분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상승의 조짐=8일 오전 아시아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D램의 가격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상승했다. 128M(16M×8) SD램은 전날보다 0.95% 오른 0.90∼1.00달러, 평균 0.95달러가 됐다. 북미시장에서도 128M SD램은 가격변동 없이 0.95∼1.10달러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런 보합세는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달들어 메모리 가격이 보합세가 지속되고 일부 품목의 경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락 끝 상승 시작’의 징후로 판단하고 있다.
사실 시장 곳곳에서 시장반등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우선 11월은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핫시즌이다. 크리스마스 특수에 힘입어 매년 메모리 주문량이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수급상황이 개선된다는 것은 가격반등의 신호로 작용한다. 어드밴스트포캐스팅(AFI)은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IC회복지수를 통해 시장을 점검한 결과 2, 3배에 달하던 과잉공급 상황이 4분기에 와서는 상당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3분기 말 이후 메모리 재고가 급격히 줄었고 최근 들어서는 수급이 균형을 이루면서 시장가격은 안정되는 추세다.
◇업계 반응=이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은 이달초 대형 PC제조업체들과 벌이는 고정거래가격 협상에서 향후 가격상승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렇지만 인상 방침은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하락을 거듭하던 고정거래가격이 최근들어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수급안정에 따라 메모리 공급자들이 수요처 대상의 가격협상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며 가격인상의 여지가 그만큼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고정거래가 협상은 월1회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메모리 가격 하락시기에는 더 싸게 제품을 확보하려는 수요자측의 요구에 따라 가격협상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 월1회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달 31일 PC에 장착되는 D램의 용량이 늘어나면서 D램 주문이 8월 이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시장 분위기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의 메모리 가격안정은 지속적인 수요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특수가 작용했기 때문이며 내년초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메모리 가격이 완전 회복되려면 현물시장의 스폿가격이 고정거래가격보다 높아져야만 하는데 아직은 격차가 있다.
즉 시장수급상황뿐만 아니라 현물시장가와 고정거래가의 상관관계가 예전으로 회복돼야 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신중론자들의 주장이다.
◇내년 이후 시장 전망=JP모건증권사는 8일 D램 산업이 괄목할 만한 회복세는 아니더라도 현 수준에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상승 지속론이 대세를 이루던 지난해 반도체 하강론을 앞서 주장, 적중시켰던 어드밴스트포캐스팅도 며칠전 “불황터널의 끝에 다가왔다”고 예고해 상승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이날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가 올해 31% 감소한 141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나 4분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내년에는 6% 성장한 1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SIA는 올해 120억달러로 60%나 감소한 메모리 시장이 내년에 130억달러(작년대비 16% 증가)로 반전하고 2003년 190억달러(44% 성장), 2004년 290억달러(54%)로 다시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했다.
TI의 COO인 리치 템플턴도 “반도체산업은 장기적으로 등락을 통해 성장해왔다”며 “정확한 회복시점과 형태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퓨처호라이즌은 내년에 메모리를 포함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해에 비해 5.5% 감소할 것이라는 상반된 예측을 내놓아 내년 시장 전망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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