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보기술(IT)은 컴덱스로 통한다.’
세계 최대 IT박람회 추계 컴덱스가 오는 12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추계 컴덱스는 대대로 최신 기술을 검증받는 시험대이자 차기연도 IT산업의 방향과 기술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기술 경연의 장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오는 16일까지 5일 동안 열리는 이번 컴덱스는 당초 미국 테러사건 여파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전시규모와 참가업체수 면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컴덱스에 거는 관심과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주최측은 지난 79년 처음으로 개막한 이후 22회를 맞는 이번 컴덱스에 전세계 150여개국 2200개 업체가 참가할 것으로 집계했다. 연 참가인원도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낙관했다. 이는 150여개국 2300여개 업체가 참가하고 25만명에 이른 지난해 규모와 비교해 다소 미흡하지만 미국 테러 여파와 탄저병 우려라는 악재를 감안하면 지난해 못지않은 규모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새천년 두번째 열리는 2001년 추계 컴덱스는 ‘지구촌 최대 IT전시회’라는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79년 소형 컴퓨터 소매업자를 중심으로 시작된 컴덱스는 80년대 중반부터 IT제품 위주로 대형 회사가 참여하면서 세계적인 전시회로 발돋움했다. 이어 매년 새로운 IT분야의 이슈를 만들며 정보기술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의 신기술 경연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e비즈니스, 네트워킹과 결합한 인터넷 플랫폼, 리눅스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등이 이슈로 등장했다. 올해 추계 컴덱스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HP·노키아·에릭슨·도시바 등 세계적인 업체가 참가해 디지털·네트워킹·정보기기·전자출판·전자상거래(EC)·모바일커머스·디지털디스플레이·리눅스 관련 신기술과 첨단제품을 선보인다.
이 중에서도 올해 가장 중요한 테마는 모바일 인터넷과 무선 네트워킹, 정보 가전, 인터넷 보안이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기존 PC 기능에 인터넷을 통합한 제품이 다수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에릭슨·노키아 등 단말기업체는 휴대폰 단말기에 인터넷 기능을 추가하고 스리콤과 HP는 초소형 크기의 PC에 오락과 인터넷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전시한다.
새로운 운용체계로 각광받는 리눅스는 올 추계 컴덱스에서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전시회에는 리눅스 분야의 강자인 레드햇과 칼데라가 최신 애플리케이션 제품을 앞세워 관람객 바람몰이에 나선다. 행사를 주관하는 키3미디어는 리눅스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번 행사에 제품 전시뿐만 아니라 ‘리눅스 비즈니스관’을 별도로 마련한다.
정보보안 분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테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컴덱스에서는 미국 테러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인터넷 보안제품뿐만 아니라 동공·음성·얼굴인식과 서명확인 등 바이오 보안제품이 주로 전시된다.
이번 컴덱스는 제품전시는 물론 각종 콘퍼런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올 추계 컴덱스 기간에 열리는 콘퍼런스는 모두 150여개로 e커머스·고속 컴퓨팅·정보보안·e모빌리티·리눅스와 e커머스 등 새로운 정보기술 소개에서 e비즈니스 모델, 글로벌 경영까지 알찬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컴덱스는 우리나라 중소 벤처기업에 항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되어 왔다. 지난해에는 180여개 업체가 전자산업진흥회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공동 운영하는 한국관에 부스를 마련해 외국 관람객과 바이어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 업체는 행사 기간중 모두 12억5183만달러 어치의 수출상담과 1억2318만달러에 이르는 계약을 올리는 쾌거를 이룩했다.
올해 역시 협회와 진흥회가 마련한 한국관과 별도 전시 부스를 통해 110여개 업체가 참가한다. 전자산업진흥회 주관으로 45개사 60개 부스, 소프트웨어산업협회 주관으로 51개사 60개 부스 등 총 96개 업체가 한국관에 둥지를 틀며 삼성·LG 등 10여개 중견·대기업이 단독 부스를 마련한다.
라스베이거스 추계 컴덱스가 미국 테러사건, 탄저병 확산이라는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개막 전부터 참여열기가 후끈 열기가 달아올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IT업계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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