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중국 `WTO가입 이후`

 21세기 세계 전자정보산업사에 한 획을 그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중국의 WTO가입이 국내에 미칠 파급 효과를 냉철히 따져가며 능동적으로 대응해야만 불황에 직면한 국내 산업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가입은 오는 9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WTO각료회의에서 확정된다. 이르면 예정보다 하루 전인 11일에 정식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WTO가입은 세계 경제, 특히 전자정보산업의 판도에 대대적인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관세 인하를 시작으로 중국의 시장 개방이 본격화돼 국내외 전자정보산업계는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최대가 될 시장이 탄생한다. 또 수출입 쿼터, 과실송금에 대한 세무조사 등 각종 투자 규제가 완화 또는 철폐되고 금융시장도 열려 대중국 직접 투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중국이 세계 전자제품 생산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보호막이 사라진 중국의 전자정보업체들도 도태되거나 GE·소니 같은 글로벌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갈림길에 섰다.

 전문가들은 당장 중국 특수가 생길지 몰라도 우리보다는 마케팅과 기술력이 앞선 미국·일본·유럽 선진업체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중국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투자도 중국에 빼앗겨 국내 산업 기반이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중국 투자도 몇년 뒤 되돌아올 ‘부메랑’과 ‘산업공동화’의 우려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

 그래도 중국의 WTO가입을 계기로 불황을 타개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우리 전자정보산업계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최근 삼성·LG·SK 등 대기업 총수와 전자·통신 사장들이 경쟁적으로 중국에 몰려가 사장단 회의를 가진 것은 이렇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정요영 전경련 중국팀장은 “WTO가입으로 중국의 관세가 인하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확대돼 전체 경제성장률이 매년 1∼2% 상향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이런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도록 첨단 고부가가치산업과 지식기반 서비스업을 강화하면서 10년 후를 내다본 대중국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WTO가입으로 세계 전자제품 생산의 28%를 차지한 동북아 3국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권영민 박사는 “우리는 중국이 WTO 회원국이 아닐 때에도 최혜국으로 대해와 이번 가입으로 중국산의 수입보다 한국산의 대중 수출이 늘어날 게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경쟁 우위인 분야는 반도체·통신 등 극히 일부로 당장의 시장 경쟁력 향상보다는 교류와 협력을 통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 같으면 무시할 WTO가입도 해당국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 전자산업계의 이목이 온통 도하와 베이징에 쏠리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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