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취업이 복권 당첨이면

 ◆이택 산업전자부장 etyt@etnews.co.kr

오죽하면 취업이 복권 당첨에 비유될까.

 일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모양이다. 99개월 만에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요즘 멀쩡한 기업은 거의 없다. 한국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내로라하는 기업들조차 감원 열풍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어서 신규채용 시장은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구직자는 넘쳐나는데 이들에게 돌아갈 자리는 그야말로 ‘복권 당첨’의 확률만큼이나 적다.

 교육자원부의 공식통계로도 올해 대졸 미취업자는 16만4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IMF 한파가 취업 시장을 강타한 97년 말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갈 곳이 없는 젊은이들이 이처럼 늘어나면 당장은 경제 문제가 되지만 장차는 정치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게 된다. 젊은 고학력자들의 고용 불안은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다.

 물론 대학들이 이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취직을 위해서는 남과는 다른 차별화된 특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름의 취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컴퓨터와 토익은 기본이고 각종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대학이 취직 전문학원으로 변모한다는 질타가 따라붙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그래도 취직은 여전히 어렵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취업 환경 변화도 학생들에겐 불리하게 변해간다. 2∼3년 전만 해도 벤처 붐을 타고 취직이 여의치 않으면 아예 창업에 나서는 대졸자도 많았다. 그러던 것이 경기후퇴 여파로 이마저 쉽지 않게 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일자리 수의 부족이 아니다. 워낙 좁은 문이다 보니 채용공고만 내도 석·박사들이 쇄도, 고급인력 확보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 같은 기업들이지만 예상 외로 딴소리를 하고 있다. 사람만 많지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점잖은 표현을 동원하지만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과 다름없다. 기업들로서는 대졸자들이 컴퓨터를 습득하고 다양한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학점 역시 뛰어다나고 해도 자신들이 요구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스피드 경영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듯 최근의 경영 환경은 전투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는 병력을 필요로 한다. 과거처럼 대졸 신입사원들을 새롭게 교육시키고 현업에 투입할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곧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경력사원을 선호하고 현재의 대학 교육을 불신한다. 기업의 눈높이와 학교 교육 수준간 괴리가 너무 크다.

 우리의 교육정책과 관심은 온통 입시제도에만 쏠려 있다. 한해 수조원의 사교육비로 상징되는 사회적 낭비 요소도 입시제도 탓으로 좁아져 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눈을 돌려보자.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한 최신 기술과 전문능력을 배양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동시에 순수 연구 목표도 달성할 수 있는 길은 없는지, 정부와 기업, 온 국민이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의 똑똑한 젊은이들이 입시 지옥을 거치고서도 일자리 하나 찾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기성세대에 돌아간다. 입시보다 중요한 것이 취직이다. 취업은 먹고 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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