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케이블TV PP 협의회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신규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은 고사하고 회원사들조차 사분오열 흩어져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PP협의회 소속 PP들은 성남 지역 케이블TV방송국(SO)인 아름방송이 수개월간 프로그램 사용료를 체납하고 있다며 ‘방송 송출 중단’을 결의했다. PP들로서는 26만여명에 이르는 아름방송 가입자를 볼모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아름방송은 물론 사용료를 제때 주지 않는 SO들에도 경종을 울리겠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1일 이를 시행에 옮긴 PP는 10여개에 불과했다. 이는 처음에 40여개 PP가 방송 중단을 결의했으나 20여개사가 입장을 바꿔 아름방송편에 섰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방송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예견된 결과’였다고 말한다. PP협의회 소속 PP들의 생각이 천차만별이어서 당초 이뤄졌던 ‘만장일치 합의’는 구호로 그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P협의회는 아름방송측에 방송 중단 통보를 하면서 개별 PP의 최종 의사는 확인조차 하지 않는 등 무리수를 던지고 말았다.
게다가 내년부터 SO와 PP간 개별계약이 실시되면 PP협의회가 회원사들에 안정적으로 SO를 확보해 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점점 좁아지는 PP의 입지를 재차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됐다.
PP업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협의회가 좀더 큰 틀에서 위상 재정립에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PP업계는 위성방송 PP의 별도 협의체 구성 등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존에 모든 PP가 PP협의회 회원이었던 것과 달리 위성방송에만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채널들의 모임이 생긴데다 ‘협의회가 PP에 실익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입을 회피하는 신규 채널들도 다수다.
PP협의회가 진정으로 PP의 이익을 챙겨주는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환골탈태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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