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국의 WTO가입과 우리의 선택

 ◆김경묵 디지털경제부장 kmkim@etnews.co.kr

이제 한 열흘 후면 세계 최대의 시장이 활짝 열린다. 이변이 없는 한 중국은 오는 9∼13일 사이 카타르 도하에서 WTO에 공식 가입한다. 중국의 WTO가입은 전면적인 시장 개방을 의미한다. 그것은 또 지난 80년초부터 진행해온 시장개방정책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체제 안정차원에서 보여왔던 완급조절용이 아닌 명실공히 자유경쟁체제를 신봉하는 진정한 의미의 개방을 뜻한다.

 중국의 WTO 가입이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선 중국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지금 이 시간에도 부지런히 주판알을 튀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대차대조표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단기적으로는 관세인하 등 시장개방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수출시장 악화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우선 그간 기업환경을 이유로 눈치만 보고 있던 선진 외국업체들이 중국행을 서두르면서 자본과 기술의 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이제까지 우리나라에 집중해온 해외 기술과 자본이 중국에 먼저 들어가 역으로 우리가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야 하는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중국 WTO가입의 수혜자는 우리보다는 당사자인 중국이나 다양한 제품군을 앞세워 거대시장에 눈독을 들여온 해외 선진업체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중국은 이번 WTO가입을 통해 줄곧 견지해온 시장과 선진기술을 맞바꾸는 시장환(換)기술 정책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반도체나 통신분야에서 우리를 따라잡겠다는 노림수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중국의 WTO 가입이 호재냐 악재냐를 놓고 저울질해온 우리기업의 고민은 이래저래 클 수밖에 없다. 자원과 내수시장이 박약한 우리 입장에선 먹고 살기 위해선 뭐든지 만들어서 내다파는 길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그동안 경제적 보호막 역할을 해온 미국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외엔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 자명한 결론 앞에서도 길을 제대로 못찾고 있다는 데 있다. 너무 중국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500대 기업의 3분의 2가 진출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거대시장이다. 그런데도 우리기업 대부분은 아직도 중국시장의 접근방식을 놓고 수출이냐 투자냐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고민하고 있다. 종전처럼 시장만 보고 전략을 펴자니 중국정부의 환기술정책에 막혀 이젠 거의 시장접근이 불가능하고 투자로 선회하자니 여러가지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고민중인 반도체가 대표적인 예다. 현지시장 개척은 물론 세계수출시장의 거점확보를 위해서도 조립뿐 아니라 중국내 현지생산이 필수적이지만 기술유출등으로 그나마 마지막 남은 경쟁우위 품목마저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화두라면 이젠 선택해야 한다.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두시간 남짓의 거리를 컴퍼스로 돌려보면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도시와 서울이 모두 포함된다. 이른바 돈과 기술 그리고 물류가 몰리는 중화경제권의 형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세계경제의 흐름이나 블록경제 추세를 감안할 때 중화경제권을 무시할수 없는 시점이라면 하루빨리 주도적으로 참가해 지분을 확보하는 편이 낫다. 이를 위해선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투자전략으로 선회해 경제우위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서둘러야 한다.

시장도 자세히 세분화해 살펴보면 기회는 분명 있다.대기업의 브랜드이미지를 앞세운 고급소비시장도 존재하고 일본의 접근방법이 통하는 고도의 개발 수요도 적지 않다. 현재 우리의 대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중간재시장 역시 현지화만 서두른다면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더이상 우물쭈물하다가는 10년내에 한국은 정말로 별볼일 없는 하청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국의 WTO가입은 바로 그 신호탄이다. 한국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것인지 중국의 32번째 성이 될 것인지의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이냐보다 결코 중요하지 않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