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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에서 정보화 평등사회로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이 정보화 평등사회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의 영광을 21세기 정보혁명 시대에서 재창출하기 위해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영국의 정보혁명은 새로운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도를 높여 계층 및 남녀간, 그리고 지역간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오는 2005년까지 모든 영국인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 국가 정보화 경쟁력은 물론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현지 취재를 통해 디지털 평등사회 구현을 위한 노력을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어본다. 편집자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20㎞ 가량 떨어진 외곽지역 뉴햄에서는 인터넷망 구축작업이 한창이다. 영국 정부가 130만파운드(약 247억원)를 투자해 정보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4500가구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지역정보화사업 현장. 지역 주민들은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면 TV나 PC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빈민가 여성정보화 교육장인 뉴텍은 런던 동부에 위치해 있다. 연평균 350명의 여성이 이곳에서 정보화 교육을 받으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모건스탠리 등 유수 기업에 취직도 한다. 뉴텍의 여성들은 영국 정부가 “내년부터 IT산업 분야의 여성인력 확대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발표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런던의 자치구 중 하나인 하버링에 위치한 장애인정보화지원단체인 HAD(Havering Association for people with Disabilities)에는 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PC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 94년 PC 2대로 장애인 정보화 교육을 시작한 HAD는 어느새 장애인 전용 PC만 10여대를 확보하고 70여개 장애인 그룹과 연계해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정보화 교육을 받은 장애인이 후배 장애인의 정보화에 힘을 쏟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국이 정보격차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PC 보급과 함께 전국에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리고 국가 및 지역 단위의 정보화도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영국 정보화의 핵심은 ‘UK온라인(http://www.ukonline.gov.uk)’이다. 영국이 지난해 9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지식경제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출범시킨 UK온라인은 정부와 기업·민간단체·지역사회 등 민관 모두가 참여하는 국가 정보화 프로젝트다. 오는 2005년까지 영국인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 전자상거래와 정부의 온라인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터넷 접속을 통한 정보격차 해소가 UK온라인 프로젝트의 선행조건인 셈이다.
◇정보화 체인 ‘UK온라인센터’=런던의 도서관이나 학교에 가면 어렵지 않게 인터넷이용센터인 UK온라인센터를 접할 수 있다. 정보화 교육 비용의 80% 가량을 지원해주는가 하면 실업자를 위한 무료IT교육서비스도 제공한다.
영국 정부는 전국에 1500여개의 UK온라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까지 센터를 6000개까지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영국 국민이면 누구나 컴퓨터와 인터넷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회를 늘릴기 위해서다. 컴퓨터나 인터넷에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뿐 아니라 노인·장애인·실업자 등도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메리 카폰 HAD 소장은 “장애인 전용 UK온라인센터인 HAD는 정보화를 두려워하는 중장년 장애인에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IT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지역 장애인들을 위한 정보교류의 장소로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도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500만파운드(95억원)를 정보화 취약지역 102개 UK온라인센터 운영에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2억5200만파운드(4800억원)를 들여 700개 센터를 구축했다. 지방자치 정부와 펀드들도 UK온라인센터에 상당한 금액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UK온라인센터는 지역정보화에도 한몫한다.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UK온라인센터 사람들이 지역정보화에도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뉴햄이 대표적인 사례다. 뉴햄은 지난해부터 UK온라인센터를 주축으로 지역정보화을 추진, 지난 3월 정부로부터 정보화 시범마을로 지정됐다. 뉴햄은 총사업비 1000만파운드(190억원)를 지원받는다.
리처드 스터브즈 뉴햄 지역정보화 프로젝트 매니저는 “주민 자치의 UK온라인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정보화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지역 전체가 하나의 온라인센터로 변신 중”이라고 말했다.
◇‘런다이렉트’를 배우자=UK온라인센터에서 인터넷만 접속한다고 정보화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를 일상생활과도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영국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인 ‘런다이렉트(learn direct)’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센터 지원을 위해 2002년까지 7600만파운드를 지원할 예정이다. 교육지원비로 1억3500만파운드를 함께 마련했다.
런다이렉트는 직장이나 집에서 온라인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안됐다. 8월 현재 런다이렉트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만 1076개에 이른다. 런다이렉트센터에서는 온라인 교육에 필요한 컴퓨터 활용방법을 비롯해 학교 등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미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30만개에 육박하는 과정을 이수했다.
최근에는 핫라인을 개설해 사용자들의 불편을 해결하는 등 서비스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보화 마인드 돋보여=그렇다고 영국의 IT 인프라나 정보격차 해소 수준이 한국보다 반드시 우수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한국전산원이 지난해 조사한 국가정보화 지수 순위에 영국은 13위, 한국은 17위에 랭크됐다. 인터넷 및 이동전화 보급률은 오히려 한국이 앞서 있다. 그러나 정보기기나 기술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정보화 수준을 높이려는 ‘마인드’는 영국이 한국보다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리버풀에 위치한 청각장애인 전용 콜센터인 타입토크는 영국의 최대 통신서비스업체인 브리티시텔레콤(BT)의 지원을 받고 있다. 매년 1000만파운드(1900억원)라는 적지 않은 돈이 지원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각장애인도 전화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레그 맥로그린 타입토크 매니저는 “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있다”며 “청각장애인의 취업 및 자활 능력도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산원 조정문 박사는 “영국은 과거부터 보편적 서비스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접근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영국의 정보격차 해소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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