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방송 사상 처음으로 다수 프로그램공급업자(PP)가 케이블TV방송국(SO)인 아름방송(대표 박조신)에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름방송은 이에따라 이같은 조치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키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BS스포츠·코미디TV·의료건강TV 등 케이블TV PP협의회(회장 정창기) 소속 10여개 채널은 1일 0시를 기해 아름방송에 대한 프로그램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당초 방송 중단에 동참키로 했던 20여개 PP들은 입장을 바꿔 참여하지 않았다.
아름방송은 이에따라 PP협의회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소키로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아름방송과 PP협의회의 공방은 법정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왜 방송 중단까지 이르렀나=PP측은 ‘아름방송이 PP와의 사전 협의없이 다수 채널을 보급형 채널에 내보내면서 수개월간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름방송은 “보급형 채널에 편성된 PP들은 개별적으로 합의를 마친 PP”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동안 방송위원회가 중재에 나서는 등 합의점을 도출하고자 했으나 결국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PP측이 ‘방송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PP측의 득실은=방송 사상 다수 채널이 동시에 프로그램 공급을 중단한 사례는 처음이다. PP측은 이같은 극약처방을 통해 아름방송은 물론 티어링 채널에 대해 사용료를 주지 않고 있는 다수 SO로부터 사용료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PP측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번에 방송이 중단된 10개 채널은 아름방송의 전체 26만여 가입자 중 1만5000원짜리 기본형 채널을 시청하는 1만6000여가구에 불과하다.
정작 24만여가구가 넘는 보급형 시청자에게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20여개 PP들은 파워콤 등 망사업자에게 ‘방송을 중단하지 말아달라’는 공문을 발송하는등 분열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PP들은 방송 중단의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을 뿐더러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염려한 PP들로 인해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향후 전망=아름방송측은 PP협의회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름방송 유윤근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보급형 채널에 대한 계약은 SO와 PP간에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PP협의회가 나서서 방송 중단을 집단으로 결의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 행위”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지난달 말 PP협의회가 아름방송측에 전체 PP 회원사의 동의 서류가 첨부된 ‘방송 중단 최종 통보문’을 보내면서 개별 PP의 변화된 입장을 재확인하지 않고 지난 9월 작성된 것을 그대로 발송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PP협의회 유각희 처장은 “확인 절차는 없었지만 이미 수차례 각사가 동의한 것이어서 여전히 유효한 의견이라 판단했다”면서 “한달여 동안 PP들의 입장이 많이 돌아선 것은 사실”이라고만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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