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의 인력채용양상이 달라졌다. 1년에 한두번씩 날을 정해 신입사원을 뽑던 데서 인터넷을 통한 수시채용이 일반화하고 있다. 주로 경력자를 뽑는다.
다국적기업의 국내법인이 채택한 이같은 채용방식은 이제 국내 IT기업에 이어 대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연봉제를 포함해 미국과 같은 선진고용구조가 국내에도 정착되고 있다.
평생고용의 신화가 깨지고 개인도 능력대로 대우받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된 것도 채용방식변화의 또다른 원인이다.
이러한 채용방식의 장점은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성도 한결 높아졌다. IT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경영환경이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서 인력을 키우기보다는 ‘검증된’ 인력을 쓰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걸맞은 인력수급체계와 인식변화가 뒤따르지 않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우선 고급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며 어렵게 구해놓아도 기존 인력과의 마찰이 잦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예전같지 않다.
모 대기업 전자업체의 연구소 임원은 “더이상 지시가 아래로 먹히지 않는다. 명령보다는 설득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또 개인주의가 만연해 기업조직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잦다. 한 헤드헌터사 관계자는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고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꼬집었다.
경력자 위주로 채용구조가 바뀌면서 대졸 미취업자들은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이 닫히고 있다. 2∼3년째 취업하지 못한 ‘실업예비군’들이 갈수록 늘어나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정부는 막대한 국비를 쏟아부으며 취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게 IT업계의 지적이다.
한 국내 ERP업체 사장은 “우리가 필요한 인력은 다양한 실무경험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고급인력인데, 대학이나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인력은 고작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초급인력이 대부분”이라며 “예나 지금이나 사람뽑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전문적이고 고급화된 IT분야 인력을 양성하는 쪽으로 교육정책과 취업교육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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