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채를 준비중인 대기업마다 서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인터넷으로 입사지원을 받는데, 쇄도하는 지원자들로 서버가 마비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최근 대졸 신입사원 입사지원서를 접수한 SK그룹과 LGEDS도 마감일에 홍역을 치렀다.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IMF때보다 더하다는 말도 나온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4분기 중 채용계획을 세운 업체는 20.2%에 불과하다. 이 집계도 미국 테러사건이 발생하기 전이다. 사실상 올해말 취업은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정보기술(IT)분야의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인터넷과 벤처 거품이 사라지면서 거의 모든 기업이 채용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1년전만 해도 어떻게든 사람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뛰었던 기업들이다. 이미 옛날 얘기다.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기업들은 인재를 구하기 쉬워졌다. SK의 경우 필기시업 합격자 1500명 중 24%가 석사 이상 학위자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최근 각광받는 무선인터넷분야의 경우 전문인력이 태부족해 기업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사람을 찾고 있다.
헤드헌터사인 IS코리아의 한나미 실장은 “불황임에도 웹커머스 인력을 찾는 문의는 빗발치나 워낙 사람이 없어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난을 겪는 것은 반도체·가전과 같은 제조업분야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전자공학이나 재료공학 등을 전공한 학생들도 상당수가 전공보다는 인터넷 등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아, 솔직히 데려와 쓸 만한 인재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그나마 낫다. 제조업분야 중소벤처기업들은 재원도 부족하고 발을 들여놓으려는 사람도 적다.
한 반도체설계업체 사장은 “무선주파수(RF) 전문가가 필요해 찾아봤지만 국내엔 전무하고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안다녀본 데가 없다”면서 “해외에서 몇사람 찾았으나 스카우트 비용도 많이 들고 이름없는 회사라 오지도 않으려 해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국내 전문인력 수급이 총체적으로 문제다. 더욱 큰 문제는 해묵은 과제임에도 정부와 대학·기업들이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적합한 중장기 인력양성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도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력을 배출하지 못한다. 기업 역시 지금까지 인력을 관리하려만 했지 양성하는 데는 소홀했다.
상황은 달라졌다. IMF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졌으며 기업들도 벤처붐을 통해 인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양적팽창보다 질적향상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는 연간 900여명의 이학계 박사와 2000여명의 공학계 박사가 배출된다. 미국과학재단의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이학계 및 공학계 학사학위 취득비율은 8.9%로 독일·일본·미국 등에 비해 높은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수요에는 부증하지 못해 실속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IT인력 양성체계도 서둘러 질적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정확한 인력수요 파악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도 단기간의 성과에만 급급해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지 않으며, 따라서 앞으로 어떤 분야의 인력이 필요할지 스스로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와 미진한 산학협동도 문제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전국 375개의 대학부설연구소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연구소가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채수익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은 “아직도 국내 반도체산업은 다수의 범재보다도 소수일지라도 탁월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데, 변변한 실험시설도 없는 상황에서 인재양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단기간의 성과위주로 짜 산업흐름과 동떨어지기 십상이다.
정부는 최근 오는 2005년까지 매년 20만명의 IT인력을 양성하고 2010년까지 200만명의 IT인력 배출을 목표로 하는 인력양성방안을 마련했으나 과연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해 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인력 수요 데이터 등 기본적인 정보도 확보하지 않은 채 이뤄진 인력양성계획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애써 산업체와 접촉해 필요한 인력수요를 파악·양성하려 하면 유연하지 못한 교육행정에 발목이 잡히기 일쑤다.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 막연히 인력만 배출할 게 아니라 전문화한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IT인력 수요를 감안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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