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30∼40대 중년 층이면 누구나 가슴 찡한 추억이 생각나는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주제가다.
70년대 중반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한 무명가수의 애절한 목소리는 어린이는 물론 성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된 맑고 슬픈 정서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 노래를 ‘타타타’와 ‘우리도 이제 접시를 깨자’를 통해 대중가수로 변신한 김국환이 불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어떤 가수가 불렀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애니메이션이 꽃을 피우고 있는 일본은 이와 대조적으로 3대 애니메이션 가수가 대중가수 부럽지 않은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마징가 z’ ‘바벨 2세’ 등 자신이 부른 애니메이션 주제가 800곡으로 하루종일 라이브 공연을 선보여 기네스북에 오른 전설의 인물 미즈키 이치로.
무대위에 나서는 것만으로 관객을 열광시키는 애니메이션 가수 제왕 사사키 아사오. ‘은하철도999’ ‘겟타 로봇’ 등이 그의 대표곡이다.
‘캔디 캔디’를 불러 수십년 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가수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호리에 미츠코도 있다. 이들의 라이브공연은 웬만한 대중가수의 인기를 능가할 정도다.
우리에게도 이들과 견줄만한 인물이 포진해 있다.
지난 70년대부터 활동한 김국환씨는 한국의 사사키 이사오로 불린다. 우리정서에 맞게 새롭게 편곡한 ‘은하철도 999’를 비롯해 ‘메칸더 V’ ‘무적의 로봇 고바리안’ ‘우주전함 코메트’ 등 알려진 것만 수십 곡에 이른다.
11살에 ‘엄마찾아 3만리’로 데뷔한 대형 신인 이지혜는 한국의 호리에 미츠코로 통한다.
그녀는 60년대 후반부터 80년 초까지 ‘이상한 나라의 폴’ ‘신밧드의 모험’ 등 주제가를 부드럽고 감미로운 창법으로 소화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사랑의 학교’로 대표되는 정여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우리에게 친숙한 가수다.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개구리 왕눈이’의 원곡과 ‘들장미 소녀 제니’도 그녀의 톡톡튀는 매력이 담겨진 곡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애니가수는 뛰어난 가창력과 대중적인 매력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토양으로 인해 뿌리내리지 못했다.
가수 김국환씨는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삽입곡 ‘타타타’를 통해 우리에게 대중가수로 알려져 있을 뿐, 애니가수로서는 수십년 동안 무명으로 지냈다.
우리나라도 전문 애니가수와 성우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창작 작품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문 애니가수와 성우의 태동을 예고해 주고 있다. KBS 시리즈물 ‘떠돌이까치’와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가를 부른 오승원씨나 94년 백설공주를 부른 방주란씨 등은 전문가수를 꿈꾸는 차세대로 평가받는다.
최근 개봉을 앞둔 ‘미래전사 런딤’에 성우로 출연한 탤런트 소유진은 대중스타의 첫 애니메이션 성우 진출이라는 점과 애니성우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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