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이동통신시장 `M&A바람` 불어온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과 말레이시아, 타이완 등 동남아 지역의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간 인수·합병(M&A) 바람이 곧 휘몰아칠 것으로 전망됐다.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http://www.wsj.com)은 이들 지역의 통신 사업자들이 전체적인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데다가 최근 경제불황까지 겹쳐 제3세대(G)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투자재원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약 1년 동안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는 유무선 통신 업체들간 M&A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홍콩 지국장을 맡고 있는 존 베일리는 “벌써부터 홍콩에서는 통신 사업자들간 M&A를 위한 논의가 물밑에서 깊숙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남아 통신 업체들이 동반부실의 늪에 빠지게 된 이유를 이들 지역 국가들이 최근 서로 경쟁적으로 통신 시장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G는 물론 3G 사업자들을 너무 많이 선정한 것에서 찾고 있다.

 일례로 총 인구가 700만∼800만명에 유무선 통신 사업자가 각각 4개와 6개 회사가 경쟁하고 있는 홍콩에 지난 9월에 3G 사업자 4개 회사가 새로이 추가됐다. 또 말레이시아(인구 2300만명)와 타이완(2200만명), 한국(4700만명) 등에도 각각 10개가 넘는 유무선(2G) 통신 사업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또 국가별로 3∼5개 정도의 3G 사업자들이 앞으로 속속 통신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아시아 통신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그래그 마주는 “이들은 치열한 가격경쟁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의 국제전화 요금이 최근 50% 이상 하락한 것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의 전화 요금이 최근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빠른 속도로 떨어져 회사경영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들 통신 사업자들은 예전처럼 은행융자와 주식발행 등을 통해 3G 서비스를 위한 신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최근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달 초 우리나라 대표적인 우량기업 LG텔레콤이 3G 투자를 위한 신주발행 계획을 연기한 것을 비롯해 홍콩 최대 통신기업인 퍼시픽센추리 사이버웍스도 최근 25억달러에 달하는 채권발행 계획을 백지화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M&A 밖에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이 통신 분석가들은 공통된 시각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존 베일리는 “최근 홍콩에서 시작된 통신 업체들간 M&A를 위한 논의가 앞으로 불과 1년 안에 말레이시아와 타이완에 이어 한국에도 상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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