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토네이도 마케팅(서강대 임채윤교수)

 ● 토네이도 마케팅

 제프리 A 무어 지음/ 세종서적 출간

 

 첨단기술은 그 특성상 변화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아무리 기술이 우수하다 하더라도 변화의 소용돌이에 끌려가고 그 가운데서 헤어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돌풍의 주역으로 중심가에서 선도자로서의 지위를 누리는 기업은 시장을 제패하고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게 된다.

 청소년, 직장인 할 것 없이 벌써 2, 3년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게임 소프트웨어로 ‘스타크래프트’가 있다. 이 게임은 인기가 높아 스타크래프트 공략집이나 스타크래프트에서 배우는 경영전략이라는 책이 인기에 편승해 출간된 바 있다. 블리자드가 개발한 이 게임은 경쟁이 치열한 이 시장에서 어떻게 연승가도를 달리며 경쟁자들과의 간격을 더욱 넓힐 수 있었는지. 어떻게 변화하는 고객의 입맛을 충족시키며, 그것도 고객을 기다림에 지칠 정도로 만드는 그 매력은 무엇인지 의문이다.

 분명 여기에는 첨단기술시장의 경쟁원리를 이해하고 실천한 남다른 비결이 있으며 우리는 그러한 해답을 제프리 무어가 쓴 ‘토네이도 마케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캐즘(첨단기술제품의 확산과정에 나타나는 ‘대단절 현상’)’이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저자의 두 번째 책인 이 도서는 기술 열광자들의 환호 뒤에 대중이 수용하기까지의 단절을 거쳐 표준화된 한두 제품이 시장전체를 휩쓰는 수요폭발(토네이도)현상을 설명한다. 수많은 첨단기술제품 사례를 적재적소에 배치, 독자를 책에 몰입하게 해 수긍토록 한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눠져 있다. 1부에서는 첨단기술제품들이 경험하는 기술수용주기 단계를 초기시장·캐즘·볼링앨리·돌풍·중심가·완전동화로 구분, 시장역학과 그 영향력을 설명하고 각 단계별 전략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캐즘을 극복한 볼링앨리단계(고객중심의 틈새 교두보확보전략), 돌풍단계(대중시장확장전략), 중심가단계(대량맞춤생산전략)에서의 마케팅전략을 매우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단계별 전략을 직전 단계의 전략과 비교, 설명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2부에서는 단계별 주요 전략요소들의 전개방법을 전략적 파트너십(적과 동지의 구분), 경쟁우위(기존 지위의 신시장연장), 포지셔닝(시장역학구조에서의 적합한 위치화), 조직상의 리더십(경영진의 유연한 대응)이 단계별로 어떻게 다르게 수행돼야 하는지 설명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목표로 한 것은 ‘왜 첨단기술제품은 기존의 상품과는 다른 마케팅을 필요로 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의 해답으로 첨단기술제품은 ‘불연속적 혁신’에 의해 생성되므로 대중에게 수용되기 전까지 ‘단절(캐즘)’의 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 때문에 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혁신기술의 표준화를 강력히 요구하게 되며 따라서 표준화된 한두 제품이 시장 전체를 휩쓰는 ‘수요폭발(토네이도)’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혁신기술의 시장수용 과정을 마케팅 모델로 정리한 것이 ‘기술수용주기’ 이론이다.

 이 책의 토대가 되는 기술수용주기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이론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고 학자들은 그 한계를 여러 측면에서 비판한 바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시장의 변화를 주로 시간의 함수로 모형화했다는 것이다. 즉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이 다른 단계로 변화한다는 다소 운명론적인 예측을 제공할 뿐 어떤 요인에 의해 변화가 발생하는가를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또한 수용주기의 단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시장의 상황과 진화패턴을 정형화된 틀에 맞춰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획일적이며 기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책도 이와 같은 한계점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특히 첨단기술시장은 본질적으로 변화가 극심하고 미래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불확실한데 이러한 첨단기술시장을 정형화된 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일반적인 지침을 제시한다는 것이 얼마나 타당한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을 때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러한 한계를 염두에 두고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심사숙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임채윤 서강대 교수 chaelim@sogang.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