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 붐 조성 미흡

 26일 SBS의 디지털TV 본방송을 신호탄으로 디지털방송 시대가 본격 개막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디지털방송 붐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6일 SBS를 시작으로 11월 5일 KBS, 12월 2일 MBC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일제히 디지털TV 본방송에 들어가 우리나라도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 이어 디지털방송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 본방송 임박에도 불구, 디지털방송 붐 조짐은 읽혀지지 않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디지털방송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방송을 학수고대해온 디지털TV수상기·세트톱박스·프로그램제작 등 디지털방송 관련 업체들은 시장 형성에 불안감을 보이는 등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방송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2조원이라는 막대한 전환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이 전환자금을 시청료와 광고료 인상, 정부 자금지원 등을 통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전환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디지털방송 조기시행 계획에 따라 연내 본방송에 들어가야 하는 방송사들이 형식적인 차원의 본방송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디지털방송 개시와 함께 디지털TV수신기·세트톱박스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온 국내 가전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본방송이 실시되더라도 양질의 콘텐츠가 확보되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이 수백만원대의 고가 디지털TV 구입을 꺼려할 것이라며 방송사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내년 6월 개최되는 월드컵 이전에 디지털방송 시스템을 갖춰야 디지털방송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계와 산업계는 디지털방송이 디지털 관련기기의 수요를 이끌고 디지털방송의 조기안착을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 확보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자금 지원방안 등 현안 과제들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TV수상기의 경우 국내 업체들의 제품 수준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며 “방송사들이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 시청자들의 디지털TV수상기를 빨리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방송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오는 2010년까지 디지털TV 관련 생산기반 확충효과만 200조원에 달하고 수출 1540억달러, 신규 고용창출 9만명 등 엄청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디지털방송 붐 조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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