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전체정보센터 설립 의의

 세계적인 유전자 전쟁의 시대를 맞아 인간유전체(게놈) 연구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4일 출범한 ‘국가유전체정보센터’는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보관된 각종 유전 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관리·분석해 생명공학의 고부가가치 정보를 생산하는 데 의미가 있다. 또 그동안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해 고급 유전 정보 소외현상을 빚고 있는 국내 바이오계에 선진국과의 정보교류를 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전체정보센터는 특히 국내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IT와 BT 접목 연구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부처별로 흩어져 추진되고 있는 BT·IT 관련 연구 정보를 한 데 모으고 전체적인 마스터플랜 수립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업계는 센터가 본격 운영돼 정보를 축적할 경우 신약 개발과 맞춤의약 등 고부가가치 바이오상품의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전체정보센터는 효율적인 연구 활동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생명공학적 토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IT 기반기술 및 인적자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센터의 이 같은 시도로 각 부처 및 관련 기관간 생명공학사업의 중복투자를 막고 바이오산업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전체정보센터의 출범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 가운데서도 산학연으로 흩어진 유전체 정보를 센터로 집결시키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센터를 통해 양질의 정보가 모이지 않고 콘텐츠가 빈약할 경우 이미 협력 관계를 맺은 외국 기관이라도 실질적인 정보공유 측면에서는 외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기관별로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 데이터의 통합을 위해 과기부의 프런티어사업 참여기관 및 연구개발사업 수행기관에서 보유 중인 유전자 데이터를 센터로 제출토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유전체정보센터는 네트워크 참여기관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연구 기반 지원 외에도 산업체 인력교육 및 기술지원사업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유전 정보를 수익모델로 하고 있는 산업계를 끌어들이기 위해 유전체정보센터는 유럽 생물정보센터의 성공적인 모델 사례를 바탕으로 산업체 인력교육과 기술지원을 통해 바이오인포매틱스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국립보건원과 농업과학기술원 등 타부처의 유전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민간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는 유전체정보센터의 성패는 유용한 콘텐츠의 유무로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과기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88년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유전체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전담하는 생물정보센터(NCBI)를 설립, 인간게놈 프로젝트(HGP)의 데이터 통합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또 유럽에서는 지난 92년 영국 케임브리지에 설립된 유럽생물정보센터(EBI)가 DNA와 단백질 서열에 관한 DB 관리 등의 서비스를 맡고 있으며, 일본은 유전체 기능 연구를 위한 생물정보센터(CIB)를 지난 95년 설립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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