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고전, 반도체 재료-선방.’
극심한 반도체 경기의 침체속에 반도체 장비 및 재료업체들의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24일 대신경제연구소와 한화증권, 각사의 3분기 추정 매출을 집계한 결과 장비업체들은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재료업체들은 매출면에서 상대적인 안정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부진으로 신규 설비투자가 제한되면서 장비업체들의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재료업체들은 제품의 생산량과 비례해 매출이 발생한다는 특성으로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영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우선 장비업체 가운데 지난해 3분기 실적과 비교가 가능한 블루코드테크놀로지·이오테크닉스·케이씨텍·코삼 등은 매출액이 모두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절반수준 이하로 줄었다. 전분기인 2분기와의 비교에서도 조사대상 모든 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반도체 장비시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 22일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계획에서 4000억원 추가로 축소한다고 밝히는 등 4분기에 매출이 집중되던 예년의 흐름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유승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예견됐지만 그 수준은 매우 심각한 편”이라며 “거의 모든 업체들이 매출부진에 허덕이고 있어 투자의견을 좋게 줄 수 없지만 디아이·케이씨텍 등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재료업체들은 원익·동진쎄미켐·테크노세미켐·우영 등이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이 확대되는 등 장비업체와 비교, 상대적인 안정세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대신경제연구소는 반도체 재료업체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반도체 생산량이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에 전분기보다 49% 늘었고 하이닉스반도체도 13%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둔화로 제조업체들의 원가절감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재료업체들에 대한 제품가격 하락 압력은 거세질 수밖에 없어 재료업체들의 이익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국 대신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재료업종의 펀더멘털 개선은 반도체 경기 회복과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어 업종 전반의 회복시기도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전공정 재료업체인 원익과 TFT LCD시장이 회복세인 점을 감안해 LCD재료업체인 태산LCD 등에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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